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길고 길었던 2012시즌도 끝이 보인다. 가을 잔치에 나설 팀도 확정됐고, 오는 8일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장소만 결정되면 끝이다. 돌이켜보면 올 시즌도 역시 부상자가 적은 팀이 웃었다. 정규시즌 2연패를 차지한 삼성은 크게 웃었고, 가을 잔치 진입에 실패한 몇몇 팀과 2위 경쟁에서 미끄러진 팀들은 부상자 속출에 입맛을 다셨다.
▲ 삼성, 부상무풍지대
삼성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상자가 적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몸 관리가 가장 체계적인 팀이 삼성이다. 삼성은 과거 선동열 감독 시절 일본인 하나마쓰 고지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해 선수들에게 몸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하나마쓰 코치는 현재 한화로 자리를 옮겼지만, 삼성엔 현재 일본인 코야마 코치와 김현욱 코치가 트레이닝 파트를 맡고 있다. 2군에도 황두성 코치가 트레이닝 코치로 일했다.
기본적으로 삼성 선수들은 경기 전 부상 방지 트레이닝을 충분하게 한다. 혹여 부상자가 생기더라도 국내 최고의 재활 시스템이 갖춰진 용인 재활트레이닝센터(STC)에서 부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선수 개개인의 자기 관리가 뛰어났다. 류중일 감독은 3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우리팀은 분야별 코치들이 선수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선수들도 자기 관리를 잘 했다”고 했다. 시즌 초반 박한이, 중반 윤성환이 자리를 비웠지만 최단시간에 100% 완치를 했고, 선수층이 두꺼워 공백도 적었다. 시즌 내내 100% 전력으로 나선 삼성은 결국 정규시즌 2연패에 성공했다.
▲ 4강 탈락 KIA, 부상자에 울었다
시즌 막판 선발투수들의 완투쇼로 주목을 받은 KIA. 하지만 발동이 늦게 걸려도 너무 늦게 걸렸다. 끝내 시즌 초, 중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00% 전력이 갖춰질 경우 삼성의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상자 속출로 제대로 된 순위 싸움을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올 시즌 종료를 앞뒀다. 이범호-최희섭-김상현 LCK포는 제대로 가동조차 하지 못했고, 양현종, 한기주, 심동섭 등 마운드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며 객관적인 전력자체가 허약해졌다.
선동열 감독은 “부상자가 없는 삼성은 1위하는 것이고, 부상자가 많은 KIA는 4강을 가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선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젊은 선수들의 중용을 통해 1군 가용 선수층을 넓히려고 애를 썼다. 한편으론 부상자 발생에 휘청거렸다는 것 자체가 전력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선 감독은 이미 근본적인 선수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 2위 다툼도 부상자에 희비 엇갈렸다
삼성이 8월 초 선두독주체제에 접어든 이후 2위 싸움이 본격화됐다. SK가 웃었는데, 결국 부상자 관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SK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많았지만 마리오, 김광현, 채병용 등 수많은 주전 선수가 컨디션을 점점 더 끌어올리며 롯데와 두산을 제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삼성이 가을야구 DNA가 있는 SK를 껄끄러워하는 이유도 SK가 시즌 내내 부상 악령에 시달렸으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100%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4일 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는 2위 싸움의 패배자 두산과 롯데는 나란히 부상자 속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산은 김동주, 고영민, 임태훈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뒤 끝내 1군에 돌아오지 못해 100% 전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SK에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넘겨줬다. 임태훈은 1군 컴백을 했으나 김진욱 감독은 아직은 아니라고 판단해 1군 말소했고, 포스트시즌에 데려가지 않을 예정이다. 여기에 손시헌, 정수빈이 시즌 막판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둘 다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없다.
롯데도 마찬가지 상황. 자신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수술을 한 박종윤은 여전히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이용훈과 쉐인 유먼도 부상 중인데 유먼은 회복 중이다. 조성환, 김주찬, 강민호도 크고 작은 잔부상이 있으나 현재 회복 단계라 두산보단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부상자 속출로 2위 다툼의 동력을 잃어버린 데다 부상자들이 준플레이오프서 100% 실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 불의의 부상 아니라면 관리가 중요
류중일 감독은 “수비코치 시절엔 펑고만 쳐도 선수들의 몸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유난히 집중을 하지 못하는 선수는 부상의 위험이 높다”며 “코치들도 부상자 관리 노하우가 있다. 나도 박진만이 입단했을 때 현대 시절 오랫동안 지도한 정진호 연세대 감독에게 전화를 해 진만이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여쭤봤다”고 했다. 류 감독은 수비코치 시절 박진만에게 일요일 경기는 훈련을 시키지 않고 경기만 치르게 했다고 회상했다. 무릎에 고질적인 통증이 있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었다.
선수 본인의 자기관리도 중요하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수빈이처럼 경기 중에 당하는 불의의 부상도 있다. 그런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선수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체력적으로 지치는 선수가 피로에 쉽게 휩싸이고 집중력과 근력이 떨어져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몸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8개 구단의 전력은 종이 한장 차이다. 결국 부상자 유무에 순위가 갈렸다. “부상자 없는 팀이 강팀”이라는 명제,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증명됐다.
[삼성 선수들, 부상 중인 한기주, 정수빈, 박종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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