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외형적으로만 풍성했다.
프로야구는 지난 2일 31년 역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6일 정규시즌이 끝난 가운데 올 시즌 총 관중은 7156157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한 시즌 최초, 최다 관중 기록이다. 100만명부터 600만명 돌파까지 모두 신기록이었다. 실제 100만 관중은 65경기만인 4월 29일, 200만 관중은 126경기만인 5월 18일, 300만 관중은 190경기만인 6월 6일, 400만 관중은 255경기만인 6월 26일, 500만 관중은 332경기만인 7월 28일, 600만 관중은 419경기만인 8월 26일에 넘어섰다.
하지만, 700만 관중의 기쁨에 취한다면 겉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야구관계자들은 현 수준에서 관중이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낙후된 지방구장의 인프라에 매년 리모델링을 했지만, 이젠 한계가 왔다는 것. 또한, 여전히 모기업에 운영비를 지원받아서 한 시즌을 운영하는 프로 팀의 현실상 단순히 관중이 많이 찾아왔다고 해서 웃을 수는 없다.
넥센, NC를 제외한 7개 구단의 모기업은 굴지의 대기업이다. 모기업 고위층은 야구단이 수익을 얻지 못하는 대가로 성적만을 바란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불고 있는 감독 경질 러시로 이어졌고, 모든 팀이 획일적인 팀 컬러 속 장기적인 안목이 아닌 오늘 하루의 성과를 위한 야구로 연결된 실정이다.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빈약한 아마추어 야구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프로야구가 본격적으로 하향평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팬들은 냉정하다. 올 시즌만 해도 시즌 중반 삼성이 선두 독주체제를 갖추고, 인기구단 LG와 KIA가 4강에서 멀어지자 야구장은 순식간에 썰렁해졌다. 700만 관중 돌파도 시즌 초반 엄청난 관중몰이를 한 게 컸다. 최근 몇 년간 4강 문턱을 넘지 못한 대부분 팀은 승부처를 넘길 힘이 약했다. 실책, 본헤드 플레이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선두 삼성이 6할을 갓 넘기면서 정규시즌 2연패를 했지만, 오랜 기간 5할대 후반의 승률에 그쳤고, 이를 나머지 7팀이 잡지 못했다.
야구인들은 올 시즌 야구의 품질이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양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야구라는 콘텐츠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 있고, 인기도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현장의 야구에서 프런트의 야구가 이어지며 이런 악순환이 더욱 심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돌파로 외형적으론 분명 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론 큰 고민을 떠안았다.
팬들은 지금 20승 돌파 투수, 40홈런 돌파 타자를 보고 싶어 한다. 편하고 쾌적한 야구장에서 극강의 실력을 뽐내는 팀들간의 팽팽한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 구단 고위층들부터 야구단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지자체도 적극 협조를 해야 한다. 야구인 모두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선수 역시 사명감이 필요하다. 프로야구에 걸맞은 품격 있는 콘텐츠 생산의 필요성이 제기된 2012시즌이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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