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를 가져가는 팀을 살펴보면 언제나 '미쳐주는 선수'가 있다. 좋은 의미로 누군가가 미쳐야만 시리즈를 따낼 수 있다.
8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는 대타로 나서 동점홈런을 작렬시키고 연장에서 번트 안타를 만들어낸 박준서(31·롯데 자이언츠)였다. 박준서는 시리즈의 향방을 롯데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맹활약을 펼쳤다.
박준서는 대타였다. 누군가를 대신해 나온 선수다. 바꿔 말하면 스타팅으로 투입됐던 멤버가 벤치를 만족시켰다면 나올 수 없었던 운명이라는 뜻도 된다. 수비에서 무너진 조성환이 손용석으로 바뀌었고, 양승호 감독의 판단에 의해 8회 공격 기회에서 박준서는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롯데가 3-0으로 앞서던 경기는 조성환의 실책이 빌미로 작용해 역전을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손용석을 거쳐 박준서가 대타로 그 자리를 채운 뒤에야 원점으로 돌아갔다. 박준서는 연장 10회에도 타석에서 롯데가 재역전하는 과정의 일부분을 담당했다. 조성환이 박준서로 바뀌고 그 뒤에 나온 박준서의 활약상까지 돌아보면 이는 마치 1차전의 축소판과도 같았다.
박준서가 지배한 1차전이 끝났고, 박준서는 1차전 MVP이자 2차전 이후 시리즈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단적으로 박준서는 조심스럽게 2차전 선발 2루수로도 거론이 되고 있다.
양승호 감독은 1차전에서 실책이 많았던 조성환에 대해 "수비를 못했을 때 바로 빼는 것은 고참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한 타석은 배려해주고 뺐다"며 그대로 2차전에 선발 기용하겠냐는 물음에 "내일은 눈빛을 한 번 보겠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베테랑이자 주전 2루수인 조성환이 선발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양 감독은 타순에도 변동을 줄 계획이다. 양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전준우를 잠시 하위타순에 배치하고, 1번으로 나섰던 손아섭도 익숙한 자리인 3번으로 되돌리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양 감독의 달라질 라인업에서 핵심이 되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박준서다. "내일은 타순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서가 오늘처럼 해준다면 (김)주찬이가 1번, 준서가 2번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 양 감독의 말이다.
물론 양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그림 중에 하나에 불과하지만 위의 발언으로 미루어보아 2차전에서 조성환 대신 박준서가 선발 2루수로 들어가고, 타순도 상위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은 확보되었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선발 기용될 경우에는 활약 유무에 따라 팀의 운명까지도 결정될 수 있다.
시리즈에 들어가기 전에는 흔한 백업 혹은 대타요원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제는 두산도 두려워할 주요 경계대상이 됐다. 어쩌면 박준서의 방망이 하나에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와 만날 파트너가 정해질지도 모른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부임해 이끈 첫 시즌인 2008년 이후 롯데는 올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3승을 먼저 거두며 시리즈를 승리로 가져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차전을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한 롯데는 이번이 오랜만에 돌아온 절호의 찬스다. 이미 한 번 미친 박준서의 방망이가 1차전처럼 돌아간다면 기회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박준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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