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화가 8일 김응룡 전 해태, 삼성 감독이자 사장을 전격 영입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야구계에선 그가 현장에서 많은 걸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한화뿐 아니라 한국야구도 그에게 SOS를 보냈다.
▲ 야구 다양성 실현, 틀을 깨는 야구 좀 보자
김응룡 감독은 올해 71세다. 그동안 야구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은 SK 이만수 감독의 54세였다. 최고참 감독이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감독보다 무려 17세나 많다. 심지어 가장 어린 LG 김기태 감독의 43세보단 무려 28세나 많다. 김 감독은 김기태 감독의 스승이자 아버지뻘이다.
사실 한국야구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40대 후반~50대 초반 감독이 많았다. 감독 경력이 일천해도 이미지가 신선한 걸 선호하는, 야구단을 철저히 그룹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모기업 오너들의 의중이 투영된 결과다. 다양성이 결여됐다. NC 김경문 감독, KIA 선동열 감독을 제외하곤 5년차 감독도 없는 실정이라 아무래도 벤치 운용의 깊은 맛이 떨어졌다. 참신하고 패기 넘치고 선 굵은 야구를 하는 스타일이 획일화되면서 팬들이 야구를 보는 재미가 줄어들었다.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6~70대 베테랑 감독이 많다. 이들은 젊은 감독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들고 나온다. 야구를 보고 배운 관점이 젊은 감독과는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야구를 구사한다. 젊은 감독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며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게 없다. 당장 김 감독이 현장에 복귀하면서 선 감독과 사제대결이 가능하다. 심지어 김 감독 특유의 과도한 액션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볼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팬들은 김 감독이 한화에서 기존 젊은 감독들의 틀을 깨는 야구를 보여주면서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
▲ 야구원로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주목하자
김응룡 감독은 야구계 원로다. 감독으로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삼성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사장을 역임하면서 프런트와 모기업의 생리도 흡수했다. 과거 해태와 삼성 감독 시절 보여줬던 야구와는 또 다른 야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야구를 바라보는 눈이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다. 후배 야구인들과 선수들이 그의 말 한 마디, 행동을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최고령 감독으로서 그만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SK 감독 시절 야구계에 끊임없이 돌직구를 던졌다. KBO와 야구인들의 일처리나 행동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시정을 요구했고, 실제 그렇게 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단절된 프런트와 현장의 의사소통을 강조했던 이도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의 쓴소리 중에선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이 많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감독은 막대한 지위를 누린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모든 언론이 주목한다. 하물며 김응용 감독이라면 두말할 게 없다. 한국 야구계에서 현장, 프런트, 야인의 신분으로 골고루 야구를 바라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지금 한국야구는 김응룡 감독의 연륜이 필요하다. 그의 첨언이 하향평준화 위기에 빠진 한국야구를 구할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 비상식적인 프런트 야구 바로 잡아보자
한국야구는 지금 비상식적으로 흐르고 있다. 현장과 프런트 파워게임의 무게추가 지나치게 프런트쪽에 가있다. 정확히 말하면 프런트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모그룹 고위층들이 야구를 잘 모르면서도 자신의 입맛대로 야구판을 쥐락펴락하려는 게 문제다. 그 결과 감독 경질을 쉽게 생각하고 팀이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돌아가지 못해 하향평준화로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이라면 충분히 이런 흐름에 견제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런트 총책임자인 사장을 해봤으니 모그룹 오너들의 생리도 잘 안다. 8년만에 감독으로 돌아와서 프런트, 모기업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서 한화를 살려낸다면, 다른 팀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이 구단 운용의 전권을 얻어 보란 듯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다른 팀 모기업 오너들도 조금씩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지금 한국야구는 모기업 오너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야구계는 누구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김 감독이 기꺼이 나서주길 바란다.
김응룡 감독은 신임 한화 사령탑이다. 한화 재건이 가장 중요하다. 팬들은 그 과정 속에서 김 감독이 다른 야구인들의 롤모델이 돼 한국야구의 건강한 발전에 앞장서길 바란다. 김 감독이라면 충분히 그럴 역량과 연륜이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단순히 한화만 구해줘선 안 된다. 그의 말마따나 야구계에서 다시 떠날 때까지 이런 저런 봉사를 많이 해줘야 한다. 71세 노장 감독이 짊어진 숙명이다.
[김응룡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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