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돈으로도 여자를 살 수 없는 남자의 처참한 비극. 전규환 감독은 한 편의 애잔한 동화와도 같은 '무게'로 부산을 찾았다.
이미 베니스나 베를린에서 잘 알려진 그는 '무게'에서 다시 한 번 우리를 놀래키고 만다.
우리 시야 밖의 곱추를 등장시켰다. 곱추의 직업은 장의사이기까지 하다. 돈으로도 여자를 살 수 없는 남자였다.
부산에서 만난 전규환 감독은 "'무게'는 생에 있어 무거운 허물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판타지 장르 안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오묘하며 신비스러운 느낌을 연출해냈다. 오프닝은 영화를 한 편의 동화처럼 열었으며 오페라가 울려퍼지고 곱추가 여자와 춤을 추는 장면은 재기발랄하기도 했다.
"빅토르 위고의 '노틀담의 곱추'와도 같은 성인 문학에서 오는 동화같은 느낌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문법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그는 그것을 '양심'으로 풀어 설명했다.
"어떤 감독이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창작하는 사람으로 새로운 실험에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새로운 것들을 기대하기 마련이니까. 매번 같은 장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양심상 관객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가... 나도 발전할 수 있고 관객을 학습시켜야 하는 의무도 있기에 실험적인, 새로운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더불어 학습하고 발전하는 거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위'를 논하면, 그의 영화는 심의 부분에서 늘 장애를 맞닥뜨린다. 그의 전작 '바라나시'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 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도 심의에 걸리는 부분이 있을 텐데 안타깝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밤을 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었고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답을, 박수를 받고 있는데 영등위라는 단체는 어째서 우리들의 작업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인지. 톱스타의 성기는 괜찮고 독립영화는 안된다? 오히려 상업영화들에서 더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 영등위라는 단체가 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단체인건가. 베를린이든 베니스든 '이 정도 수위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우리나라 그렇게 후진나라 아니다'라고 대답해왔다. 그런데 영등위를 보면 후진 나라 맞나 싶다. 걸그룹의 선정적인 의상은 정작 지상파에서 내보내면서 30대 이상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내 영화는 유해하다니. 내 영화는 에로틱한 주제에 초점이 간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어째서 내 영화를 에로로 보는지 모르겠다. 영등위 직원들과 앉아서 이야기 한 번 나눠보고 싶을 정도다. 과연 예술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수위 말고도 그의 영화에서는 논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적어도 그 기회를 19세 이상 관객들에게 주자는 것. 그것이 전규환 감독의 당연한 희망이었다.
[전규환 감독. 사진=트리 필름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