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믿었던 홍상삼(22·두산 베어스)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이틀 연속으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냈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롯데 자이언츠와의 1차전에서 홍상삼은 8회초 롯데의 대타 박준서에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연장으로 가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팀은 연장 끝에 롯데에 재역전패했다.
하지만 두산은 홍상삼을 믿었다. 홍상삼을 믿지 않으면 두산 불펜에는 믿을 선수가 없다 할 만큼 두산 불펜에서 홍상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올해 53경기에서 63⅓이닝을 던진 홍상삼은 1.93의 평균자책점에 22홀드를 올렸다. 홀드는 당당히 박희수(SK)와 안지만(삼성)에 이은 리그 3위였고, 탈삼진도 이닝당 1개 이상(1.09개)을 잡아냈다.
그랬기에 1-1로 맞서던 7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선발 노경은을 구원할 투수도 역시 홍상삼이었다. 1차전에서의 박준서에게 내준 동점 투런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홍상삼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첫 타자인 조성환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홈런으로 끝났다. 7회 단 4개의 공만 던졌다고는 하지만 8회를 온전히 막은 홍상삼은 9회에도 등판했고, 1사를 잡은 뒤 또 하나의 홈런이 나오고 말았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높은 코스에 몰린 직구를 용덕한이 놓치지 않았고, 타구는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 담장을 넘어가 관중석에 떨어지고 말았다.
홍상삼은 곧바로 강판됐지만, 2경기 연속 피홈런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는 3차전 이후에도 홍상삼을 괴롭힐지 모른다. 하루의 휴식은 지친 어깨를 쉬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두려움과 불안함은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
2경기 연속 홈런에 무너진 홍상삼의 모습은 2년 전 홍상삼의 자리에 있던 정재훈과도 너무나 흡사하다. 2010년의 정재훈은 실로 놀라웠다. 이미 2005년 30세이브로 구원왕, 2006년 38세이브로 오승환(삼성)에 이은 2위에 오르며 최고의 마무리 중 하나로 군림했던 정재훈이지만, 2010년에는 23홀드로 홀드 부문까지 섭렵하는 시즌을 보냈다.
이 해에 정재훈은 63경기에서 78이닝을 소화하며 89탈삼진으로 '닥터K'의 모습도 유감없이 보여줬고, 평균자책점도 1.73으로 훌륭했다. 매 경기 중요한 길목마다 정재훈이 나와서 상대의 공격을 끊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누가 감독이라 하더라도 중용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 당시의 정재훈이었다.
하지만 정재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0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타선을 상대한 정재훈은 1차전에 등판해 전준우, 2차전에서는 이대호(현 오릭스)에게 결승 홈런을 허용하며 2경기 연속으로 무너졌다.
팀은 힘겹게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재훈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의 박한이(1차전)와 조영훈(3차전)에 홈런포를 얻어맞았다. 특히 박한이의 홈런은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흐름상 매우 중요한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정재훈의 계속된 아픔은 두산으로서는 더욱 아쉬운 일이었다.
이제 두산도, 홍상삼도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섰다. 자신의 호투로 시리즈 흐름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홍상삼의 2012년도 2년 전의 정재훈처럼 화려한 성적 뒤에 아픔을 감추고 끝난 시즌으로 남을지 모른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아직은 시리즈도, 홍상삼의 시즌도 끝나지 않았다. 시리즈를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피칭을 통해서 자신감을 회복하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 투수는 맞으면서 큰다는 말도 있듯,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홍상삼의 2012 시즌은 더 큰 투수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의 과정으로 기억될 것이다.
[홍상삼(위)-정재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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