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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배선영 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 역을 맡아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배우 유준상은 영화 '터치'에서는 아내의 속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든다.
유준상이 연기한 동식은 전직 국가대표 사격선수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중학교에서 사격코치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윗 선의 눈에 잘 들어야 내년에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계약직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능력없는 코치'라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이사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마시면 안되는 술을 마셔야 하는 그런 남자다. 그런데 술만 마시면 제어가 안되는지 음주운전을 하고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학교 학생을 차로 받아버리고 뺑소니를 치고 만 것이다.
동식의 아내, 수원(김지영)은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의 환자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는데 그녀의 직업생활 역시도 평탄치 않다. 고단한 삶을 간신히 이어가는 두 사람에게는 단 한 번의 절망도 인생을 포기하게끔 만든다. 겨우 견뎌내는 삶에 벌어진 동식의 사고에 한숨 짓는 수원을 보고 있으면, 동식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전국각지 아내들의 사랑을 받은 방귀남과는 여러모로 다르지 않나.
12일 부산 해운대 한 호텔에서 유준상을 만났다. 그는 그래도 동식이 나쁜남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동식은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려고 하잖아요.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않나요?. 동식을 연기하면서 괴롭고 힘들었어요. 어떻게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까. 그런데 우리도 경험하잖아요. 안 좋은 일들은 정말 작정한 듯 몰아치니까. 그럴 때 우리는 정말 나한테 희망이란게 있긴 한걸까 의문을 품게 되죠. 그런데 영화에서 동식에게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요. 한번 더 기회를 부여받게 된 거죠. 기적과 희망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두 세번 씩은 경험하게 될 거라는 걸 알려주는 거죠. 안타까운 것은 우리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죠. 지금 청소년들은 우리 때보다 더 심한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과 고민을 해볼 수 있었다면 좋을텐데요."
유준상은 "저 역시도 청소년기에 방황을 겪었고, 아무도 알아주질 않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꼈어요. 요즘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죠"라며 그래서 더 등급판정이 아쉽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또 "방귀남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장기간 피드백을 받으면서 용기를 얻었다면, '터치'를 통해서는 보는 분들에게 하루 종일 가슴 먹먹하게 고민하게끔 하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배우로서의 행복이에요"라며 "아쉽지만 청소년들은 스무살이 되면 꼭 '터치'를 보길 바랄 밖에요"라고 덧붙였다.
[유준상.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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