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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SK 와이번스를 맞아 1년 만에 벌이는 플레이오프 리턴매치. 하지만 둘의 모습은 많이 변했고, 그 중에서도 롯데는 SK보다 더 많이 변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가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에는 '불펜싸움'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롯데 불펜의 핵 정대현(34)이 있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과 장원준의 경찰청 입대로 큰 전력 공백이 예상됐던 롯데는 FA 시장에서 SK의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팀 컬러 변화를 꾀했다. 이대호를 중심으로 홍성흔, 강민호 등이 뒤를 받치던 공격야구에서 정대현을 중심으로 하는 불펜야구로의 전환이 2012 롯데의 화두였다.
이대호가 빠져나간 타선은 예상대로 전과 비교해 좋지 않았지만 정대현이 추가된 불펜은 삼성을 제외한 어떤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8월 9일이 되어서야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올랐지만 정대현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28⅓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줘 평균자책점이 0.64에 불과했고, 시즌 막판 통산 500경기 출장과 100세이브도 차례로 달성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는 정대현의 위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두산의 타선을 꽁꽁 묶으며 시리즈 MVP에 오른 정대현은 뛰어난 불펜 투수 하나가 단기전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큰 경기일수록 더욱 강해지는 SK 와이번스를 지난해에 이어 다시 상대하게 됐지만 롯데도 지난해와는 다르다. 정대현을 데려온 것은 롯데에게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투수들에게는 '내 뒤에 정대현이 있다'는 믿음을, 타자들에게는 '이제 SK와 만나더라도 정대현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준다.
정대현은 큰 경기에 특히 강한 투수로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반쯤 맞고 반은 틀리다. 큰 경기에서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불펜에서도 정대현은 중심이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지켜준 투수는 정대현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도 출중하다. 통산 501경기에 등판해 597⅓이닝으로 600이닝을 가까이 던지면서도 평균자책점은 1.87로 2점이 채 되지 않는다. 큰 경기에 강했다기보다는 상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훌륭했다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이러한 정대현이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고, 공교롭게도 정대현의 현재 팀과 과거의 팀이 1년 전과 같이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이대호가 빠져나간 탓도 있지만 정대현의 합류와 김사율의 분전, 김성배의 가세 등으로 롯데도 '양떼야구'로 불리는 불펜 중심의 경기 운영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의 백미 중 하나가 박희수와 이대호의 대결장면이었다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양 팀의 불펜싸움이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크다. 정대현의 이적은 이러한 판세 변화를 불러왔다. 정대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는 단연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다.
[정대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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