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올해 가을만큼은 영화를 보다 콧가가 시큰해지고 눈물도 슬쩍 훔칠 수 있게 되겠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이제훈의 첫사랑에 아련해진 이들이라면, 올해 가을 개봉작들은 모두 챙겨볼 만하다. 스릴러와 판타지, 그리고 코미디를 표방한 세 편의 신작들이 모두 가슴 한 켠을 저미게 만드는 멜로를 감춰뒀다.
류승범 이요원 주연의 ‘용의자X’(18일 개봉)와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늑대소년’(31일 개봉), 그리고 김인권 주연의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25일 개봉)까지, 이 세 작품은 모두 바라만 봐도 애잔한 사랑,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희생적 사랑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겉으로는 스릴러 물인‘용의자X’에서 류승범이 연기한 수학천재 석고는 짝사랑 하던 여인 화선의 살인죄까지 감춰주는 인물이다. 심지어 경찰이 그녀를 쫓지 못하도록 천재성을 이용해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대신 만들어 준다. 죄책감과 두려움에 석고를 의심하고 마는 화선의 모습을 보면서도 석고는 그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까지 그녀를 지켜주려 애쓰는, 희생적 사랑의 아이콘이다. 엔딩 장면은 압권. 마지막 반전에 관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에 멜로의 따뜻함이 어우러진 것도 이 영화의 특색이다.
판타지 ‘늑대소년’의 송중기는 잔망스럽기 그지없다. 전작 ‘티끌모아 로맨스’에서의 천방지축 그는 이제 잊어야할 듯.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만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끌어가던 그는 마지막 폭발하듯 터지듯 10마디가량의 대사를 소화한다. 그토록 고대했던 늑대소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늑대소년 역시도 세상과 그의 소통을 도운 소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희생적 사랑의 대명사. '짐승의 끝' 등을 연출, 독립영화계 천재로 불리었던 조성희 감독이 의외로 상업적인 특색을 한껏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코믹물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의 철가방 김인권은 우여곡절 끝 대학생으로 위장한다. 여대생을 남몰래 짝사랑하던 그는 그녀의 생일파티로 착각하고 갔던 곳이 운동권 대학생들의 투쟁 현장이었던 탓에 자기도 모르는 새 운동권에 가담한다. 우연의 힘을 빌어 운동권 학생들의 우상으로까지 성장하지만, 마지막 순간 정체는 드러나고 여대생으로부터도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희생적 사랑은 꺾이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역경도 마다하지 않는 우직함은 운동권 학생들의 투쟁정신보다 더 강했다. '방가 방가' 육상효 감독과 김인권 콤비 특유의 코믹 색채를 바탕으로, 주인공 대오의 사랑이 주는 감동이 따스하다.
스산한 바람에 마음이 쓸쓸한 이들이라면, 올 가을에는 따뜻한 멜로를 감춰둔 영화를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용의자X'(위부터 아래로)-'늑대소년'-'강철대오'. 사진=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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