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란 테헤란 안경남 기자] 10만 이란 관중의 야유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한국은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서 이란에 0-1로 패했다.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한국은 1명이 많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채 이란에 덜미를 잡혔다. 한국이 잡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이란에게 넘어갔다.
현장에서 느낀 아자디 스티디움은 지옥에 가까웠다. 해발 1200m 고지대 때문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욱 무시무시했던 것은 100% ‘남자’들로 구성된 관중이었다. 이란은 축구장에 ‘여자’가 들어갈 수 없다. 한국 취재진 중 여기자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한 끝에 아자디 스타디움 출입을 허가 받았다. 이란에서 축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10만 이란 남성이 외치는 함성과 야유는 고막이 찌릿할 정도였다. 단순히 소리만 지르지 않는다. 생각보다 조직적이다. 경기장 곳곳에 응원 단장이 있고, 팬들은 그들의 지시를 따른다.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보내며, 때론 엄청난 야유를 퍼붓는다.
이란서 14년째 살고 있는 한 교민은 “이란의 응원은 매우 조직적이다. 더구나 10만 명이 가득 찬 경기장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는다”며 아자디 스타디움의 무서움을 전했다.
이 때문일까. 한국은 10명이 뛰는 이란을 상대로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자바드 네쿠남(32,에스테갈)의 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용광로가 됐고, 이후 경기는 10만 관중의 엄청난 함성에 더욱 뜨거워졌다. 이전까지 지쳐 보였던 이란 선수들도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는 듯 했다.
반면 한국은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졌다. 기성용(23,스완지시티)도 경기 후 인터뷰서 “실점한 뒤 너무 서둘렀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 손흥민(20,함부르크)도 “경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의 붉은악마도 세계 최고의 서포터즈다. 하지만 이란의 10만 ‘남성 응원단’의 포스도 만만치는 않았다. 남자들로 가득 찬 아자디 스타디움은 지옥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6만 군인들로 가득 채웠다고 상상해보자. 더구나 이란 남성들은 더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테헤란 원정은 진짜 지옥이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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