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정대현의 6회 등판, 전화위복이 됐다.
롯데 정대현이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 6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1-2로 뒤진 1사 1,2루 상황. 정규시즌이라면 정대현의 투입은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서 양승호 감독이 정대현을 사실상 마무리로 써왔기에 정대현의 6회 투입은 의아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을 뒤집어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포스트시즌이니 마무리 정대현의 6회 등판도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정대현은 부진했으나 롯데는 뒷수습에 성공했다.
▲ 6회가 1차 승부처였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1회 최정에게 투런포를 맞긴 했으나 이후 전반적으로 SK 타선을 잘 요리했다. 5회 위기가 찾아왔으나 잘 넘겼고, 이젠 6회. 투구수가 80개를 넘어선 시점에서 최정에게 안타를 맞았고 박정권에겐 볼넷을 내줬다. 손에 악력이 슬슬 떨어져 가는 중이었다. 스코어는 1-2. 여기서 추가점을 내줄 경우 롯데는 SK의 막강 불펜을 감안할 때 뒤집기가 어려웠다.
무언가 흐름을 끊어줄 카드가 필요했다. 이미 1차적으로 강민호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송승준을 진정시켰으나 결국 흐름은 끊기지 못했고 1사 1,2루 위기가 만들어졌다. 양승호 감독은 과감하게 송승준을 내리고 정대현을 택했다. 마무리의 6회 등판은 그렇게 성사됐다. 이날 패배하면 사실상 한국시리즈 진출이 어려워지기에, 불펜 투수 중 가장 믿을만한 정대현의 투입은 이해가 됐다.
양승호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어제도 2-1로 앞서고 있었다면 대현이를 중간에 쓸 수 있었다. 일단 1차 고비를 넘겨야 그 다음도 있다”라고 했다. 단기전은 흐름을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의 싸움이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에 넘겨야 할 일이다. 양 감독은 “정대현이 최대 위기를 막아내면 다음엔 최대성, 김사율 등을 등판시키면 된다”라고 했다. 양 감독이 말한 1차 승부처, 바로 이때였다.
결과적으로 6회 정대현의 투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대현은 첫 타자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조인성에게 볼카운트 2B1S에서 좌중간 2루타를 맞아 송승준의 승계 주자 2명을 모조리 홈으로 보내주고 말았다. 흔들린 정대현은 후속 이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좌타자 조동화 타석 때 좌완 이명우로 교체됐다. 양 감독의 투수 교체가 이틀 연속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 롯데의 놀라운 전화위복
이후 롯데의 불펜 운용은 완전히 꼬였다. 더구나 타선이 7회 3점을 뽑아내 동점을 만든 상황. 그대로 승부가 갈린 것보다 더 난감하다. 마무리 없이 총력전을 펴야 하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이명우-김성배를 차례로 기용했다. 일단 성공이었다. 전날 흔들린 김사율을 승부처에 넣기는 불안했다. 양 감독은 김성배를 오래 끌고 갔다.
7회말 첫 타자는 정근우. 롯데는 2번 좌타자 박재상을 의식해 이명우가 계속 있었고, 이명우는 우타자 정근우에게 중견수 키를 넘는 3루타를 맞았다. 1사 3루 상황. 최정 타석에 김성배가 등장했다. 볼넷을 내줬으나 이호준, 박정권을 범타 처리했다. 김성배는 8회에도 김강민, 조인성, 최윤석을 차례로 잡아내며 균형을 유지했다.
김성배는 9회에도 등장했다. 1사 후 정근우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박재상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 위기를 맞았다. 여기엔 롯데 중견수 전준우의 약간의 판단 미스도 있었다. 안전하게 원바운드로 처리해도 될 타구를 무리하게 노바운드로 캐치하려다 놓쳐 타구를 수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 하지만, 김성배는 스스로 위기를 탈출했다. 최정을 삼진 처리하면서 더블 스틸을 내줬으나 이호준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10회 1사 2루 위기서는 최대성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경기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정대현의 조기 등판 실패로 롯데의 마운드 운용이 꼬이고 말았다. 하지만, 김성배는 잘 던졌고, 롯데는 그 사이 10회 정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멋지게 대반전에 성공했다.
[정대현과 김성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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