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솔직히 후배들 챙길 시간이 없어요.”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17일 밤 인천 문학구장 기자회견실에서 만난 롯데 조성환은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이른바 ‘멘탈붕괴’를 겪었기에 2차전서 대타 동점 적시타를 터뜨린 그의 소감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의 동점타로 결국 롯데는 1-4로 뒤지던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이는 연장 역전극의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 “솔직히 후배들 챙길 시간이 없다”
조성환은 베테랑이다. 공수주 모두 리그 정상급 실력의 소유자다. 경험도 많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다. 2012년 가을야구. 조성환에겐 최악의 연속이었다. 1차전, 3-0으로 앞선 5회에만 실책 2개 포함 3-4 역전의 원흉이 됐다. 비록 롯데는 연장전서 8-5 재역전승했으나 조성환에겐 악몽의 시작이었다.
2차전서도 0-1로 뒤진 7회 문규현의 동점 적시타가 나온 뒤 1사 만루 역전 찬스에서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3차전서는 0-3으로 뒤진 1회말 1사 만루에서 박종윤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에 먼저 스타트를 끊는 바람에 러터치하는 데 시간이 걸려 결국 홈에서 아웃. 4차전서는 발목 통증으로 경기 초반 교체 아웃.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삼진 2개를 당한 뒤 경기 중반 교체 아웃.
멘탈 붕괴도 이런 멘탈 붕괴가 없다. 그는 “솔직히 후배들을 챙길 시간이 없다”고 했다. 심리적, 체력적으로 완전히 바닥을 친 데다 발목마저 아프니 제 앞가림 하기도 버거운 게 조성환의 현실이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팀이 이겨도 내가 부진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팀에 미안해진다.
▲ 2차전 대타 동점타로 터닝포인트 마련
양승호 감독은 조성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베테랑이니 잘 해줄 것이다”라고 감쌌다. 하지만 발목이 좋지 않자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명단에서 뺐다. 체력적,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양 감독은 1-4로 뒤진 7회초 공격에서 2점을 추격한 뒤 계속된 1사 2루 찬스에서 SK 특급 좌완 박희수를 상대로 조성환을 박준서의 대타로 출전시켰다. 다분히 모험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성환은 박희수에게 중전 적시타를 뽑아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마무리 정대현을 6회에 끌어다쓰는 모험이 실패한 뒤 SK로 넘어간 흐름을 롯데로 완벽하게 되돌리는 한 방이었다. 이후는 모두 알다시피 롯데의 연장 10회 역전승. 조성환의 한 방이 아니었다면 롯데는 꼼짝없이 2연패 코너에 몰린 채 부담스러운 부산 홈 복귀를 했을 것이다.
“타격 감각 자체는 좋다”며 준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오히려 상위타순에 배치한 양 감독의 보는 눈은 정확했다. 대타로 나서도 한 방을 해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타격은 잘 할 때가 있으면 못할 때도 있다”며 에버리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양 감독은 조성환이 그동안 죽을 쒔으니 대타로 내보내면 베테랑답게 해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에 조성환은 “부담 없이 편하게 하라는 말씀에 감사했다”고 화답했다.
▲ “후배들아 고맙다, 가을야구를 즐기자”
조성환은 고참이니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조언도 하고 격려도 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제 코가 석자이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동점타가 일종의 속죄타가 됐지만 그는 “아직도 정신이 없다. 왜 기자회견실에 왔는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성배를 칭찬해달라. 성배가 정말 잘 막아줬다. 얘가 우리팀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김성배를 짐짓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후배 챙길 시간이 없다”는 그는 은연 중에 후배를 치켜세웠다. “고참이 잘 하지도 못하는 데 후배들이 자기 역할을 모두 잘해주고 있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어 “성흔이가 후배들에게 ‘준플레이오프 때는 즐기더니 어젠(플레이오프 1차전) 경직돼 있더라. 다시 예전처럼 즐겁게 하자’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같은 생각이다. 후배들이 가을 야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어쩌면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조성환은 아직 모든 게 조심스럽다. 실책, 부진은 그에게 정신적, 체력적 피로와 위축을 가중시켰다. 동점타를 한번 때렸다고 해서 안 좋았던 기억들을 말끔히 씻어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성환의 반전드라마, 멘탈붕괴지만 아직도 괜찮다. 그에겐 19~20일 3~4차전이 부산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포스트시즌서 부진했던 조성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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