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동적이다. 포스트시즌은 이런 야구도 괜찮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서 역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와 플레이오프 2경기 등 총 6경기서 22점에 그쳤지만, 7회 이후에만 무려 15점을 따내며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 결과 포스트시즌 4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도 1-4로 뒤지던 경기를 7회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 정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뒤집기 승리를 따냈다.
▲ 기 막힌 뒷심야구,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롯데의 이번 포스트시즌 역전승을 되짚어 보자.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1차전서 3-0으로 앞서던 경기가 5회 믿을 수 없는 실책 퍼레이드가 계기가 돼 3-5로 뒤집혔다. 하지만 8회 박준서가 극적인 대타 동점 투런포를 날렸고, 연장 10회 황재균의 결승타와 손아섭의 쐐기 스퀴즈 번트 등으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2차전서는 7회 문규현의 동점타와 9회 용덕한의 역전 결승 솔로포가 나왔다. 4차전서는 0-3으로 뒤진 8회 두산 에이스 니퍼트에게 4안타 2볼넷을 한꺼번에 집중해 동점을 일궈낸 뒤 연장 10회 1사 2루에서 폭투와 포수 송구 실책으로 극적인 4-3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어 17일 2차전서 1-4 상황에서 7회 상대 실책으로 만든 찬스에서 문규현의 내야 땅볼과 김주찬의 2루타, 대타 조성환의 동점타로 4-4를 만든 뒤 연장 10회 정훈의 밀어내기 볼넷이 나왔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박준서의 동점포는 대타 작전의 성공인데다 정규시즌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진 못했던 자의 반전이었다. 박준서는 이를 계기로 이번 포스트시즌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개척했다. 손아섭이 스스로 스퀴즈 번트를 댄 것도 반전에 가까웠다. 2차전 용덕한의 역전 결승포는 눈을 다친 강민호를 대신해서 나온 상황에서 나온 한 방이었다. 4차전은 타선이 7회까지 꽁꽁 묶이다 8회 에이스 니퍼트를 상대로 집중타를 퍼부어 동점을 만들었기에 부산 팬들이 열광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서도 1-2 상황에서 마무리 정대현을 6회에 끌어다쓰는 초강수가 실패해 1-4를 만들어준 다음 공격에서 곧바로 3점을 추격한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동점타의 주인공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악몽의 나날을 보냈던 조성환이었고, 10회 결승 밀어내기 볼넷 주인공도 그간 팀 공헌도가 높지 않았던 백업 내야수 정훈이었다.
▲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 해낸다
이런 역전 시나리오에 감동을 배가 하는 요소가 바로 반전의 흐름이다. 대부분 최악의 상황이었다. 1차전서는 주전 포수 강민호가 7회 갑작스러운 눈부상으로 덕아웃 분위기 자체가 어두웠던 상황이었다. 2차전서도 경기 중반까지 완벽투구를 하던 노경은에게 집중타를 때릴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는 듯 했다. 4차전서 이용찬에게 막혀 출루 한번이 아쉬운 가운데 선발 요원 니퍼트에게 한 이닝 3득점한 것도 일반적인 논리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포스트시즌은 흐름 싸움. 롯데는 최악의 상황에 몰려도 흔들리지 않고 반전 기회를 노린 뒤 재빨리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이끌었다. 물론 준플레이오프는 두산이 실수가 잦았고 투수교체가 실패한 경우가 많았기에 롯데의 반전 능력이 평가 절하 될 수도 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롯데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전개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1-2로 뒤진 가운데 필승 카드이자 마무리 정대현이 6회 조기 등판 실패로 1-4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그러나 롯데는 수비에서 곧바로 홈 송구 아웃 한 차례를 이끌었고, 이후 특급 불펜 정우람과 박희수를 상대하면서, 역전 점수를 뽑았다.
사실 롯데의 이번 포스트시즌은 2% 부족하다. 여전히 주루와 수비, 작전수행 능력에서 정상급 팀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했고 플레이오프도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근성을 발휘하는 것 같다. 승부를 뒤집은 뒤 지켜내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불안해도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희망도 밝혔다.
과연 롯데의 대역전극 결말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 드라마 한 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비록 수비와 주루에서 부족한 모습도 많았고 그게 승부가 더욱 극적인 상황으로 이어진 원인이 됐지만, 야구 팬들은 그런 극적인 반전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야구의 품질을 떠나서 롯데의 포스트시즌 대역전극은 포스트시즌에 걸 맞은 드라마틱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환호하는 롯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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