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롯데가 포스트시즌 7경기만에 첫 선발승을 따냈다.
롯데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서 선발투수가 5⅓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4이닝 3실점으로 물러난 SK 선발 송은범과의 대결서 판정승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는 롯데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이다. 주인공은 1~2선발 쉐인 유먼, 송승준도 아니고 그토록 잘 해주길 바랐으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진 라이언 사도스키도 아니다. 바로 올 시즌 내내 양승호 감독의 애를 태웠던 고원준이다.
고원준은 올 시즌 4~5선발로 뛰었다. 하지만, 3승 7패 평균자책점 4.25로 부진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도 선발 등판해 2.1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조기에 강판될 정도로 타자를 압도하는 맛은 떨어졌다. 올 시즌엔 초반 변화구에 맛을 들여 직구 구사 비율을 줄이려다 기존의 시원스러운 파워 피칭을 잃어버렸다는 지적 속에 2군을 다녀오는 등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이용훈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사실 고원준은 포스트시즌 선발 한 자리를 꿰차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도스키가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인 끝에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도저히 빠질 수가 없었다. 결국, 양 감독은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고원준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넣었다. 긴 이닝 소화는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저 최소실점만 했으면 하는 게 양 감독의 바람이었다.
고원준은 단기전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속전속결 투구가 돋보였다. 유인구를 줄이고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활용해 직구를 결정구로 많이 사용했다. 5회까지 단 69개의 공으로 SK 타자들을 요리했다. SK 타선은 고원준의 묵직한 직구에 옳게 대처하지 못했다. 포수 강민호의 과감한 볼배합도 돋보였다. 2회 2사 1,3루 위기에서 정상호를 5구째에 루킹 삼진으로 솎아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총 79개의 투구 중 절반 이상이 직구였다. 5회까지 69구 중 최고구속 144km의 직구를 38개 던졌다. 최저 124km가 나온 체인지업을 15개 던져 완급조절을 했고, 슬라이더도 12개, 커브도 4개를 섞었다. 직구의 볼 끝과 제구가 좋아 유인구를 많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투구 내용 상으론 올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봐도 무방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 감독도 고원준을 오래 끌고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매 경기 긴장감 속에 불펜 대기 중인 롯데 구원진은 분명 피로가 있고, 20일 낮 경기로 치러지는 4차전서는 정말 마땅한 선발투수감이 없어 구원진을 모두 끌어다 써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원준은 5⅓이닝을 끌어주면서 선발승을 따냈고, 롯데 불펜도 적은 이닝을 소화하며 4차전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고원준과 강민호 배터리.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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