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강력한 야구와 잘하는 야구의 대충돌이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삼성은 강력한 야구이고 SK는 잘하는 야구로 정의할 수 있다. 삼성은 투타의 힘이 막강하다. 팀 평균자책점 3.39와 팀 타율 0.272는 모두 1위. 세부적으로도 팀 득점 1위(628), 팀 타점 1위(585), 팀 홈런 3위(89개), 팀 득점권 타율 2위(0.273), 팀 실책 최소 2위(67실책), 팀 블론세이브 최소 1위(5개), 팀 피안타율 최소 2위(0.247), 팀 WHIP 1위(1.24) 등 막강함 그 자체다.
SK는 드러난 기록은 평범하다. 팀 평균자책점 3.82로 4위이고, 팀 타율 0.258로 5위다. 팀 홈런 1위(108개)와 팀 최소 실책 1위(63개) 정도를 제외하곤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팀 최소 실책 1위를 눈 여겨볼만 하다. SK는 이기는 야구보다 지지 않는 야구를 한다. 전임 김성근 감독 시절 뿌리 내린 야구가 이만수 감독 부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공격에 필요한 주루, 작전 등의 팀 플레이에 능하다. 보이지 않는 세밀한 부분에서는 최강자다.
두 팀은 정규시즌서 10승 9패로 SK가 1승 앞섰다. 참고 사항이다. 시즌 초반 삼성이 연이어 1승 2패로 물러섰는데, 당시 삼성은 전력이 추슬러지지 않았을 때였다. 현 전력은 엄연히 시즌 중반부터 나온 삼성 본연의 모습이다. 강력한 야구와 잘하는 야구의 정규시즌 충돌에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 이젠 단기전이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4경기를 이기기 위해 내일은 없는 총력전이 펼쳐진다. 삼성과 SK가 뽑아낼 수 있는 전력의 최고치가 나온다. 일단 삼성은 삼성답게 투타 막강한 전력을 뿜을 것이다. SK는 삼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삼성의 움직임에 넋 놓고 있다간 당한다. 하지만, 쉽게 무너질 팀 컬러는 아니다. 삼성의 막강함 속에 숨겨진 빈틈을 노릴 것이다.
변수가 있다. 우선 1차전이다. 역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들은 대부분 1~2차전서 타격감을 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 보니 감각이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SK는 7일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선발 윤희상이 삼성 타선의 감각 찾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이다. 삼성은 타격감이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국 벤치의 개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1차전 초반엔 삼성이 강력한 야구 대신 기민한 작전수행과 팀 플레이라는 SK의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 1차 승부처다. 삼성이 세밀한 야구를 잘 해낸다면 초반 주도권은 삼성이 쥘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투수들의 어깨가 피로한 SK 투수들보다 싱싱해 많은 실점은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SK가 삼성의 세밀한 야구를 수습해낸다면, 초반 주도권은 SK가 쥘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국시리즈 판도 전체가 암흑 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또 있다. SK로선 한국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수록 불리하다.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른 후유증이 투타에 걸쳐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최대한 흐름을 잡아 게임을 이겨야 한다. SK는 후반으로 갈수록 힘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종반엔 세밀한 야구보단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야구가 필요하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우승은 힘들다. 반대로 삼성이 1~2차전 기선제압에만 성공하면 한국시리즈 전체가 삼성 흐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 이기는 야구가 정답
강력한 야구와 잘하는 야구의 대충돌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의 컬러를 능숙하게 수습하고 때로는 상대의 장점도 잘 수행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삼성은 강력한 야구를 하면서도 잘하는 야구에도 능통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SK가 시리즈 후반부에 투타에서 힘 있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높게 점치지 않는다. 이게 전력 차이이고, 한국시리즈 직행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의 현실적인 차이다.
강력한 야구와 잘하는 야구는 결국 이기는 야구로 수렴된다. 한국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도 7경기 중 4경기를 이기는 것이다. 결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두 팀은 분명 컬러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 충돌과 융합의 과정을 지켜보는 게 이번 한국시리즈를 즐기는 묘미다. 야구 팬들은 강력한 야구와 잘하는 야구 중 어느 한쪽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흥미진진한 모습을 원한다.
[작년 한국시리즈 삼성 우승 장면(위), 플레이오프서 승리한 SK.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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