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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참 딴따라가 좋은 게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저 아픔인데 제겐 아픔+기쁨이 되니까.. 그래서 올해 저의 아픔은 축복입니다.”
가수 김장훈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스스로 국민가수보단 국가가수라고 불러달라던 그는 뮤지션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잠 잘 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온갖 약을 먹어가며 뛰는 사람,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몸에 배인 사람, 어느덧 어깨에 책임감과 사명감이 지어진 그리고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 그가 김장훈이다.
최근 후유증과도 같았던 일련의 사태는 그렇게 김장훈을 바라보던 대중에게 실망스런 일들이었을 거다. 못할 것 같은 일들도, 못 만날 것 같은 사람들도 왠지 김장훈이라면 해내고 만나서 해결을 볼 것 같은, 그런 자신감 있고 당당하고 거침없던 그가 숨기고 싶던 인간의 약한 면을 노출했을 때 수많은 네티즌들은 그에게 악플을 달았고 비난했고 비하했다.
김장훈은 왜 이렇게 약한 면을 보여야만 했을까? 김장훈은 천생 연예인이자 공인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외적인 모습에서부터 그의 모든 가열찬 활동들은 그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또 가능한 일들이었고 자신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김장훈은 늘 멋있게 보여야 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그건 이 직업을 택한, 이 모든 일들을 하는 김장훈에겐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희망과 긍정의 아이콘으로 대중에게 비쳐졌던 그가 극단적인 시도를 했을 때, 또 절친했던 싸이와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지고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들로 논쟁거리가 됐을 때 그는 이미 밀려드는 수많은 청탁들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그간 지켜왔던 신념과 사명감, 약속들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우를 범했다.
김장훈은 어린 초등학생들부터 연세가 있으신 노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아이들은 ‘김장훈 아저씨는 멋있는 사람’이라며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고 노인들은 ‘좋은 일 하는 분이다’라며 그와 악수 한 번 하는 것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유명인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을 때 정작 당사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유일한 소통의 창구였던 SNS로 조금만 내 아픔을 알아봐달라는 듯, 외치는 그의 말들이 이제야 정말 안타까움 외침이었구나 싶다.
김장훈은 올 추석이 오기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행복전도사 고 최윤희가 남편과 함께 동반 자살을 택했을 때 1년 넘게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자살을 택할 만큼 행복하지 않은 상황들을 남몰래 인내하고 있었을 때, 다른 사람의 일만 같지 않은 공감이 됐던 것.
그리고 본인 또한 그의 절친한 수녀님의 말을 빌어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시도를 하고 깨어났을 때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실망을 했을 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김장훈이 택한 것은 숨지 않고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먼저 김장훈은 자신과의 불화가 가십거리가 되며 피해아닌 피해를 본 후배 싸이가 귀국하기 전 먼저 손을 내밀어 용서를 빌었고 먼저 화해를 구했다. 왜 서로들 하고 싶은 말이 없겠냐만은 더 엇나감 없이 싸이도 형의 손을 맞잡았고 그렇게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김장훈은 정규 10집 앨범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강행하겠다며 자신에게 돌을 던진 대중에 맞서 끝까지 모습을 보이는 쪽을 택했다. 여기에 자신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에서 오히려 벗어난 것 같아 홀가분하다며 자신의 약한 면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용기를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과정들은 그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는 더욱 염려가 되는 행동이었다. 절친한 후배가수 유희열 역시 김장훈에게 “내가 아는 형은 형을 그렇게 괴롭혀가며 살아갈거야. 하지만 죽지는 마 형. 형 죽을 거 같아”라고 안타까워하며 “기자회견이든 뭐든 그냥 아무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형을 잘 아는데 형의 인격이나 진정성이 왜곡되는 게 싫다”라고 했단다. 전면에 나서면 나설수록 더욱 상처받을 사람은 김장훈이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지인으로서 더욱 안타깝고 답답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장훈은 "나를 대인배에 좋은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제 나에 대해 똑바로 안 거다. 사람들이 모든 걸 좋게 생각했던 게 그게 더 왜곡이었다. 나란 사람은 사실은 약하고 속도 좁은 놈인데 이제야 비로소 바로 잡은 느낌이다“라고 답했고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냈다.
과연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사실 김장훈은 기부천사, 독도지킴이로 더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뮤지션으로서 음악과 공연으로 얘기하길 진심으로 원한다.
자신의 지난 앨범 중 단연 스스로도 베스트로 꼽는 이번 정규 10집 활동을 밀어붙인 것도 그런 이유가 크다. 이제 우리도 그를 국가적 사명을 위해 뛰는 가수란 거창한 수식어보다 한 인간이자 뮤지션인 그를 먼저 바라봐 주는 것은 어떨까?
어느새 대중들도 김장훈에게 무거운 짐을 지었고 그 짐을 차마 벗지 못하고 뛰어다니던 그는 결국 몸도 마음도 고장이 났다. 다시 돌아온 그는 내년 봄까지만 활동을 마치고 잠시 한국을 떠나 있겠다고 했다. 잠시의 휴식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듯 도피가 아닌 휴식으로 길지 않게 충전을 마치고 우리 곁에 돌아왔으면 한다.
3D로 공을 들여 패리스 힐튼과 찍은 그의 신곡 ‘없다’ 뮤직비디오와 이번 앨범 타이틀곡 및 2곡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세월의 깊이가 쌓인 목소리와 고스란히 담긴 그의 아픔, 치유, 사랑 모든 감정들이 그가 왜 이 앨범에 자부심을 느끼는 지 알 듯도 했다.
딴따라라 좋은 것은 아픔의 경험이 많을수록, 그리고 클수록 음악에 더 깊이가 더해지는 까닭일 거다. 올해의 모든 시련이 그것도 숙명이라면 이번의 큰 아픔과 상처가 딴따라로서 좋은 방향으로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장훈. 사진출처 = 김장훈 미투데이, 마이데일리 사진DB]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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