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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은 왕따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못난이 송편'이 지금까지의 왕따 사건을 다룬 작품들보다 특별했던 건, 방관자의 시선을 강조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학창시절 소정(장지은)이 순복(경수진)에게 지갑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했음에도 주희(김정화)는 순복이 지갑 도둑이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 침묵했다. 방관자였던 주희는 교사가 된 현재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왕따 사건으로 고통 받자 과거에 침묵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방관자는 주희뿐이 아니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고도 모른 체하고, 존재 자체를 무시했던 다른 학생들 모두가 방관자였던 것이다. 누군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둘의 존재만 있는 게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방관자가 있기 때문이다. 방관자는 "나는 괴롭히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왕따 피해자를 향한 방관자들의 외면과 침묵은 더 잔인한 공포를 만들어 낸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순복을 바라보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 주희의 고통과 자책은 방관자 역시 왕따 사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고통 받고 있을지 모를 왕따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모두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잘못에 대한 뉘우침과 사과,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못난이 송편'은 그들에게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못난이 송편'을 보고 과거의 왕따였던 자신 혹은 다른 누군가가 떠올랐다면, 결국은 모두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못난이 송편'을 보고 불편해야만 하며, 가슴을 깊게 찌르는 이야기에 아파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못난이 송편'은 "나는 괴롭히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비겁한 일인지를 지적했고 또 뒤늦게라도 "미안했다"고 말하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쳤다.
[MBC 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 사진 = MBC 제공-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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