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부능선을 넘었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3~4차전이 27일과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삼성이 1~2차전서 SK를 힘으로 찍어 눌러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한 상황. 투타에서 빈틈이 없는 삼성은 한국시리즈 조기 종료를 꿈꾼다. 반면 SK는 포스트시즌 내내 타선의 결정력이 떨어지고, 마운드 운영도 힘겹게 이뤄지는 형편이다.
대부분 전문가가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기정 사실화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삼성은 현재 투타밸런스가 정규시즌서 한창 좋았던 6~7월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오히려 삼성엔 독이 될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2차전 승리 직후 3~4차전 선발투수를 미리 예고하면서도 “방심은 금물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6월 15승 9패 1무, 7월 14승 3패라는 초상승세 속 선두 독주 체제를 갖췄다, 8월엔 10승 8패로 5할 승률을 살짝 넘겼다.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 두산과의 홈 3연전을 모두 내줬다. 당시 삼성은 타선이 침묵하며 손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용찬, 니퍼트 등 두산 주요 선발투수들의 공을 또다시 공략하지 못했다. 이후 좋았던 투타사이클이 완만하게 하락세를 그렸다. 시즌 초반부터 두산전만 되면 꼬였던 삼성으로선 잘 나가다가 두산을 만나서 전열이 흐트러졌다.
9월에도 태풍과 가을장마로 경기일정이 들쭉날쭉해 지면서 승수를 쉽게 쌓아 올리지는 못했다. 9월 중 일찌감치 한국시리즈행을 확정짓고 싶었던 삼성은 10월 1일 잠실 LG전서 승리하고 한국시리즈 모드로 들어갔다. 이후 연승을 달리며 80승을 채웠고 승률 0.611을 찍었지만, 사실 7월 좋았던 흐름이 8월 초 살짝 꺾인 뒤로는 결코 평탄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이렇듯 최고조의 투타 페이스는 작은 계기로 흔들리곤 한다. 시즌 초반부터 유독 승부가 꼬였던 팀과의 만남, 또는 주변 환경과 내부의 사소한 변수로도 흔들릴 수 있다. 투타 사이클이 완벽하다는 말을 쓸 수 있는 건 바꿔 말하면 투타 페이스가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시리즈를 꼼꼼하게 준비한 삼성에 지금 그런 징조가 보이는 건 아니다. 좀 더 좋았던 페이스를 유지할 힘은 충분하다.
하지만, 3차전서 갑작스럽게 흐름을 SK로 넘겨주지 말라는 법은 없다. 돌이켜보면 대승을 거둔 2차전도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한 1회가 위기였다. 거기서 선제 적시타를 내주고 끌려갔다면 분위기는 삼성이 아니라 SK가 쥐는 것이었다. 그런 미세한 흐름 변화가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 2연승을 거뒀고, 투타밸런스가 최고조에 올랐다고 해서 100%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2차전서 삼성은 뭘 해도 잘 풀렸다. 이럴 때 부지불식간으로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그게 경기에 투영돼 팀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SK에 흐름을 넘겨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 타선이 3차전서 SK 선발 데이브 부시의 공략에 애를 먹는다면 SK 흐름에 말려들어갈 수도 있다. SK가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심해도 될 상대는 아니다.
삼성은 누가 보더라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걸맞은 최강 전력을 갖췄다. SK에 우승컵을 내줄 가능성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낙관론이 오히려 선수들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삼성 대세론을 얘기할 때, 삼성 선수들은 경계심을 갖고 들뜨지 않아야 한다. 돌 다리도 제대로 두드려보고 지나가야 한다. 여전히 삼성은 따냈던 승수만큼 더 따내야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승리를 기뻐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