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17안타 12실점, 이건 그냥 1패가 아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3차전을 내줬다. 질 수 있다. 삼성이 SK보다 전력이 앞선 건 사실이지만, 한국시리즈에 6년 연속 나선 SK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질 때 잘 져야 하는데, 이날 삼성은 경기 내용이 나빴다. 철옹성이라던 마운드가 무려 17안타 12실점하며 무너졌다.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3.39라던 그 난공불락이 아니었다. 믿었던 마운드가 SK에 시리즈 전체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이날 선발 배영수는 3이닝 3실점하고 물러났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지만, 잇따라 볼이 SK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맞아나갔다. 결국 4회 시작과 함께 차우찬에게 마운드를 넘겨줘야 했다. 배영수의 구위는 아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확실히 이틀 휴식을 한 SK 타선은 원기를 회복한 모습이 보였다.
문제는 후속 투수들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롱릴리프로 중용된 차우찬과 심창민이 나란히 불안했다. 차우찬은 ⅔이닝 2피안타 1홈런 2실점 1자책, 이어 나온 심창민은 0⅓이닝 1볼넷 무실점했으나 SK 타선을 압도하는 맛은 없었다.
심창민은 1차전서도 사실 불안 불안한 피칭을 하다가 겨우 ⅔이닝 1볼넷을 기록하고 물러났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폭투로 3루주자를 홈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가 주는 중압감이 분명히 2년차 어린 투수에게 있는 것 같았다.
차우찬은 8-3으로 대승한 2차전서 마무리 투수로 나왔다. 사실상 흐름이 삼성에 넘어간 상황에서 구위 점검 차원이었다. 역시 볼넷 1개와 삼진 1개를 기록하며 무실점했다. 아주 완벽하지는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을 믿고 3차전에 내보냈으나 첫 타자 박진만에게 홈런을 내줬고, 정근우에게도 안타를 내주는 등 불안했다.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권혁-안지만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전반적으로 투구는 매끄럽지 못했다. 롱릴리프의 최대 임무는 선발이 흔들렸을 때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인데, 3회 타선의 6득점을 안고서도 돌아선 수비에서 흔들리며 오히려 SK에 흐름을 넘겨주고 말았다.
권혁은 5회를 잘 막았지만, 결국 6회에 흔들렸다. 박진만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건 괜찮았지만, 자신의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임훈의 번트 타구를 잡으려다 넘어져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고, 뒤이어 나온 안지만이 권혁의 주자 2명은 물론이고 김강민에게 3점포를 맞으며 4점이나 내줬다. 3회 6-1이던 스코어가 6회 7-11이 되고 말았다. 그걸로 경기는 사실상 끝이었다.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질 때 잘 져야 한다. SK는 이날 포스트시즌 내내 침묵하던 방망이가 터지면서 한국시리즈 흐름 자체를 가져갔다. 대신 삼성은 롱릴리프, 필승조가 연이어 무너지자 손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막강 삼성 전력의 요체라는 마운드가 흔들렸다. 이제 한국시리즈는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이 이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운드에 꿇어앉은 권혁과 안지만. 사진 = 문학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문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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