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시리즈서도 투수교체가 골치 아프다.
감독들에게 가장 힘든 게 투수교체다. 결과로만 말한다. 결과가 좋으면 오늘 명장이 됐다가도 내일 패장이 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게 투수교체다. 일반적으로 포스트시즌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정규시즌보다 한 박자 빠르다. 매 순간, 모든 흐름을 지배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단기전은 무조건 이기는 야구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은 사실상 투수교체로 인한 아픔은 없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차전서 6회 선발 윤성환이 위기를 맞이하자 곧바로 심창민을 기용해 급한 불을 껐고, 필승 계투조 공식인 안지만-권혁-오승환으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류 감독의 투수교체는 결과적으로 완벽했고, 삼성은 3-1 승리를 거뒀다.
1차전서 SK 이만수 감독은 불펜 투수들을 아끼기 위해 선발 윤희상을 완투시켰다. 2차전서는 경기 초반 삼성이 크게 달아나는 바람에 사실상 투수 교체는 승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감독이 3회 배영섭에게 선제 2타점 2루타를 맞은 뒤 마리오를 밀고 나간 게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그 상황에서 흐름은 이미 삼성으로 넘어간 뒤였다.
3차전이 두 감독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법하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이 웃었지만 두 감독 모두 조기에 불펜을 가동한 건 사실상 실패로 끝났기에 씁쓸함이 남았을 것이다. SK 선발 부시는 3회 무사 1루에서 김상수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다 1루에 악송구를 범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 감독은 여기서 승부수를 띄웠다. 플레이오프서 특급 구원을 한 채병용의 조기 투입이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점수를 주지 않고 삼성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묘수였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타선이 대폭발하며 승부를 뒤집었으나 채병용, 뒤이어 나온 박정배가 삼성 타선에 점수를 내줬다. 그래도 이 감독은 뒤이어 투입한 송은범, 5일 휴식을 취한 박희수가 좋은 구위를 보여준 것에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마무리 정우람이 삼성에 1실점한 게 옥에 티였다.
더 뼈 아픈 쪽은 류 감독이었다. 3회까지 배영수가 SK 타선을 압도하지 못하자 4회 시작과 함께 투입한 차우찬이 박진만에게 솔로포를 맞았고, 뒤이어 줄줄이 기용한 심창민, 권혁, 안지만이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감독 모두 투수 물량공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27일 우천으로 예상보다 하루를 더 쉰 양팀 타선의 컨디션이 좋았다.
특히 SK 타선으로선 3차전서 삼성 필승조를 공략했다는 자신감이 4차전 이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삼성 불펜 투수들은 한 차례 흔들리면서 심리적인 타격을 입게 돼 29일 4차전서 원기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삼성도 9회 SK 마무리 정우람에게 1점을 뽑아냈다는 건 고무적이다.
두 팀의 타격감각이 활황세에 접어들면서 불펜투수들이 4차전 이후 더욱 심리적,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감독들 역시 선발이 혹시 조기에 무너질 경우 총공세를 펼치는 데 있어서 투수 기용 순서와 방식 모두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선발투수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것도 기준을 잡기가 애매하고 초반 흐름 헌납을 감수하는 건 단기전서 모험이라 또 다른 고민이다.
3차전서 투수교체에 실패한 류 감독은 “우리 투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3차전서 승리한 이 감독도 불펜 운용 기조를 쉽게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4차전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두 감독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궁금하다. 타자들의 타격감 회복에 투수들의 정신적, 심리적 피로까지. 냉혹한 결과론이라는 투수교체가 중반에 접어든 한국시리즈를 지휘하는 두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부시를 교체하는 SK 이만수 감독(위), 구원등판한 채병용에게 홈런을 친 최형우(아래). 사진 = 문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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