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누가 삼성의 수비력이 SK보다 처진다고 했나.
삼성이 다시 한국시리즈 주도권을 잡았다. 31일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서 승리하며 내달 1일 승리할 경우 대망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성공하게 된다. 3~4차전 연패로 흐름을 SK에 넘겨준 삼성이 이날 다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비였다. 3차전서 연이은 수비 실책으로 패배했던 삼성은 5차전서 수비의 힘이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 1점 지킨 100% 수비
4회였다. 3회 1점을 추가해 2-0으로 앞선 삼성은 4회 위기를 맞이했다. 선발 윤성환이 박재상~최정~이호준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1점을 내줬다. 특히 박재상과 최정의 타구는 삼성 2루수 조동찬과 유격수 김상수 쪽으로 가는 강습 내야안타. 삼성으로선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삼성은 1점을 지켜내는 세련된 수비를 선보였다. SK 벤치는 박정권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박정권은 윤성환의 초구에 번트를 댔다. 하지만 이를 재빨리 3루수 박석민이 수습해 3루로 가던 최정을 잡아내면서 1사 1,2루가 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삼성 내야진의 100% 번트 시프트 수비가 빛을 발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3루로 가는 주자를 잡아내기 위한 작전이다. 상대타자가 번트 자세를 취하면 1루수 이승엽과 3루수 박석민이 모두 홈으로 대시해 번트 타구를 수습할 시간을 최소화한다. 동시에 유격수 김상수는 3루로, 2루수 조동찬은 1루를 커버하러 들어간다.
만약 박석민이 100% 수비에 의해 재빨리 홈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그만큼 타구를 수습하는 데 시간이 걸려 3루로 가던 최정을 아웃시키기가 어려웠다. 타구를 잡은 박석민은 지체없이 몸을 돌린 다음 3루를 커버하러 온 유격수 김상수에게 공을 던져 최정을 아웃시켰다. 1사 2,3루가 될 것을 1사 1,2루로 바꿔놓았다.
이후 7회 무사 2루 위기에서도 박석민이 박정권의 번트 타구를 재빨리 수습한 장면도 있었다. 다만 이땐 2루주자 이호준이 3루로 스타트를 하지 않았고, 2루 커버가 늦어 야수선택을 만들어주긴 했으나 안지만이 위기서 후속타자들을 직접 삼진으로 처리했다.
▲ 3차전서도 절반은 성공했던 100% 수비
하나 더. 100% 수비 시프트가 걸릴 때 유격수와 2루수가 3루와 1루를 커버하면 결국 3유간과 1,2간의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공격 측은 이럴 때를 대비해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작전을 하기도 한다. 강공자세를 취해 3유간, 혹은 1,2간으로 타구를 보내면 손쉽게 안타가 돼 희생 번트를 성공할 때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삼성의 경우 혹시 모를 상대의 강공 타구를 수습하기 위해 유격수 김상수와 2루수 조동찬이 반 박자 늦게 3루와 1루를 커버하러 간다. 커버를 하러 가는 사이 강공 타구를 수습하기 위한 작전이다. 또한 두 사람이 발이 빠르기 때문에 충분히 번트타구에 3루와 1루를 커버할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이날도 김상수는 여유있게 3루를 커버하러 들어갔다.
실제 SK는 3차전 1점 뒤진 6회말 무사 1,2루에서 박재상이 페이크번트 앤 슬러시 작전을 폈다. 하지만, 강공 타구가 투수 안지만의 미트에 원바운드 된 뒤 빨려들어가면서 1루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다. 안지만이 뒤늦게 원 위치로 돌아가는 3루수와 1루수의 위치를 미쳐 파악하지 못한 채 3루를 쳐다보는 바람에 더블플레이에는 실패했다. 이어 실책과 김강민의 홈런 등이 터지면서 흐름이 SK로 넘어갔지만, 사실 삼성은 당시에도 100% 수비를 절반 가량은 성공한 것이었다.
▲ 1점을 막아낸 이승엽의 투혼과 더블스틸 봉쇄
5차전으로 돌아가자. 100% 수비가 성공해 1사 1,2루를 만들었으나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후속 김강민이 유격수 앞 땅볼을 때렸다. 박정권이 2루에서 포스 아웃됐다. 2루 베이스를 밟은 조동찬의 1루 송구가 다소 1루수 이승엽의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하지만, 이승엽은 몸을 날려 조동찬의 송구를 잡았다. 더블플레이는 되지 못했지만, 송구를 놓쳤을 경우 2루주자가 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점을 몸으로 막아낸 것. 이어 이승엽은 넘어진 가운데에서도 혹시 2루주자가 홈으로 대시할 것에 대비해 홈으로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2사 1,3루. SK는 박진만 타석에서 또 다시 작전을 걸었다. 더블스틸 작전이었다. 볼카운트 2B2S에서 1루주자 김강민이 2루로 뛰고, 삼성 포수 이지영이 2루에 공을 던지는 사이 3루주자 이호준이 홈을 파고들 심산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딜레이드 더블스틸이었다. 1루주자가 2루로 도루를 시도하는 사이 3루주자가 포수 움직임에 따라 약간 늦게 스타트를 끊어 삼성 내야진을 혼동시키려고 했다.
무위로 돌아갔다. 삼성 배터리는 더블스틸 작전을 파악했다. 이지영은 윤성환의 5구째 볼을 일어나서 받았지만, 공을 머리 뒤로 제대로 가져가지도 않았다. 2루로 던질 생각이 없었던 것. 2루수와 유격수도 2루로 향하던 김강민을 잡기 위해 2루 커버를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포수 이지영은 홈으로 들어오던 이호준을 잡아내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져 재빨리 이호준을 런다운에 걸리게 했다. 결국 이지영-박석민-윤성환이 서로 공을 주고 받아 이호준을 쫓은 끝에 홈 부근에서 윤성환이 이호준을 태그 아웃해 이닝을 종료했다.
만약 삼성이 4회 동점을 내줬다면 경기흐름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2-0에서 2-1을 허용했을지언정 동점과 역전을 내주지 않았다. 그건 삼성 내야진의 고급 수비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100% 수비를 성공한 삼성 내야진(위), 이호준을 아웃하는 윤성환.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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