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마구매니저 아시아시리즈 2012의 최종훈련이 진행된 7일 김해상동구장. 롯데는 홈팀이자 KBO 초청팀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양승호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진과 김시진 감독의 갑작스러운 선임. 권두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신분으로 아시아시리즈를 지휘하지만,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롯데는 7일 훈련에 앞서 김시진 감독과 선수단, 프런트 상견례가 있었다. 팀 분위기는 어수선 했다. 선수들로선 이유야 어찌됐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선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되면서 혼란이 있는 게 당연하다. 김 감독은 아시아시리즈 직후 공식 취임식을 갖는다. 이번 대회는 한발 물러서서 관전만 할 계획이다.
▲ 위기가 기회, 롯데는 반전드라마를 꿈꾼다
롯데는 위기다. 갑작스러운 사령탑 교체 외에도 준플레이오프 때부터 무릎 통증을 호소한 정대현과 몸이 좋지 않은 강영식이 대회 엔트리에서 빠졌다. 시즌 내내 다리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선 김주찬도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대타 출전만 가능하다. 롯데 전력의 요체나 다름없는 불펜의 핵심과 타선의 물꼬를 트는 타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약해졌다. 예선서 만나는 요미우리는 객관적인 전력상 롯데에 한 수위. 롯데의 조별 예선전에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과 만난 홍성흔은 어수선한 상황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 결승전이 한일전이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가 결승전에 진출해서 삼성을 꺾고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김사율도 “1경기는 모른다. 요미우리도, 우리도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라고 했다.
롯데만큼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낸 팀도 드물다. 정규시즌 4위로 골인하는 과정에서 숱한 위기를 겪었다. 그래도 가을야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이 최악의 결과는 피했고, 두산을 누르고 13년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라는 성과를 거뒀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검증됐다는 소리다.
가장 뼈아픈 공백인 정대현만 해도 그렇다. 5월 부진으로 휘청거릴 때 롯데는 정대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6월 이후 제 궤도에 올라 2위로 치고 올라섰다. 롯데 선수들은 “위기에서 바짝 긴장하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제대회와 시즌은 엄연히 다르지만, 단기전이다. 흐름에 민감한 롯데로선 8일 첫 경기 퍼스 히트만 잡아내면 충분히 요미우리전도 해볼만 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지금 롯데 선수들의 각오는 비장하다.
▲ 김시진, 롯데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마지막 기회
이 대회를 한 발 물러서서 보는 김시진 감독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그는 7일 “갑작스럽게 감독직을 수락해서 롯데에 대해서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1군 주전들은 잘 알아도 2군 선수들, 그리고 전 선수의 세밀한 특성에 대해선 좀 더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에겐 이번 대회가 롯데의 본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롯데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이 대회가 끝나고 진행될 마무리 훈련과 내년 스프링캠프의 밑그림이 나온다. 김 감독 입장에선 롯데가 이번 대회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이기는 모습에선 약점이 덮어질 수 있고, 지는 모습에선 강점이 덮어질 수 있는 게 야구다.
그런데 사령탑 입장에서, 그리고 한 발 물러서서 이번 대회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경기 내용과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김 감독의 심정은 복잡 미묘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롯데의 이번 아시아시리즈 전망은 썩 밝지 않다. 권두조 수석코치도 “최상의 전력이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롯데가 아시아시리즈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2013년을 준비하는 김 감독 역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김시진 감독(위), 롯데 선수들(아래). 사진 = 김해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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