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구매니저 아시아시리즈 2012의 유력 우승후보는 한국와 일본 챔피언 삼성과 요미우리다. 두 팀이 A조와 B조에서 2연승을 거둔 뒤 11일 결승전서 만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가 많다. 실제 두 팀도 서로를 은근히 의식하고 있다.
7일 요미우리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사직구장에서, 삼성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상동구장에서 최종 훈련을 하는 스케줄이었다. 자연스럽게 요미우리와 삼성의 미디어 현장 인터뷰도 시간 차가 생겼다. 훈련이 끝난 뒤 곧바로 인터뷰를 하고 만찬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
▲ 하라 “이승엽이 있는 정도만 안다” 류중일 “쏘쿨”
7일 오후 잠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먼저 인터뷰를 마친 요미우리 하라 감독이 “삼성에는 이승엽이 있는 정도만 안다”는 식의 말을 한 게 상동구장에 전해진 것. 소식이 알려지자 시간 차를 두고 나중에 인터뷰를 한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하라 감독의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미디어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칫 잘못하다 하라 감독이 삼성을 살짝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했다. “어느 누구나 타 리그의 팀에 대해선 모르는 게 당연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요미우리에서 아베, 사카모토 정도만 안다”라고 짧게 답했다. 류 감독의 반응은 쿨했다.
▲ 류중일의 선전포고 “요미우리와 만나고 싶다”
결국 하라 감독의 발언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날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린 감독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승엽과 함께 해봤기 때문에 그를 잘 안다고 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라 감독이 삼성을 무시한 게 아니라 액면 그대로 삼성에서 이승엽만 잘 안다고 한 것. 통역이 이뤄지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본의 아니게 해명을 한 하라 감독에게 상기된 표정이 엿보였다.
류 감독은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훈련을 마친 뒤엔 “요미우리가 그래도 전력분석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계를 하면서도 감독 공식 기자회견에선 “결승전서 요미우리와 만나고 싶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감독 기자회견에서 두 감독은 나란히 앉아있었다. 두 감독의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보이지 않는 심리전에서 류 감독이 기선을 제압했다.
류 감독은 하라 감독 발언의 진위를 알기 전엔 섣불리 대응하고 있지 않다가 진상이 드러나자 기습적으로 선전포고를 하는 영리한 모습을 선보였다. 반면 하라 감독은 류 감독의 말에 “야구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WBC 이후 류 감독을 다시 못 보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류 감독과 다시 만난 소감만 전했다. 이 역시 통역 상의 오해를 우려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 적당하고 유쾌한 신경전이 보고싶다
두 감독이 겉으로 보기엔 설전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아도 분명 의식은 하고 있다. 삼성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홈이나 다름없는 부산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그런 삼성에 결승전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요미우리는 분명 전력상 한 수 위다. 부담스러운 상황. 하지만, 삼성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이승엽은 “요미우리와 붙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다”라고 했다. 한술 더 떠 결승전 선발이 유력한 장원삼은 “롯데보단 요미우리와 만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삼성 선수들은 요미우리에 대해서 거침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삼성은 미디어의 물음에 솔직하게 답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도 요미우리를 넘지 못하면 우승은 힘들다.
관건은 요미우리의 대응이다. 하라 감독은 결승전서 만날 팀들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했으나 삼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예선전서 미디어의 선수 취재가 시작될 경우 삼성에 대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요미우리는 삼성에 패배하면 일본 명문 자존심에 금이 간다. 전승 우승을 해야 본전이다. 그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심정이 양팀간 심리전 혹은 신경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큰 대회서는 으레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는, 일종의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유쾌한 심리전이 필요하다. 그래야 팬들도 대회를 보는 소소한 재미가 생긴다. 기자들도 너무 정형화된 코멘트만 듣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하라 감독의 발언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한 심리전이 시작될 수도 있었으나 해프닝이 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삼성은 솔직하게 요미우리를 결승전서 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제 요미우리의 유쾌한 맞대응을 보고 싶다. 너무 예의만 차리는 것도 재미 없다.
[하라 감독(왼쪽)과 류중일 감독(오른쪽).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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