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원상은 영화 '남영동 1985'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배우로서의 박원상, 인간으로서 박원상 모두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 "전과는 좀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 '남영동 1985'는 그의 인생과 철학을 변화시켰다.
박원상은 "'부러진 화살' 때만 해도 내가 출연한 영화를 잘 못 봤다. 실수했던 부분이 눈에 너무 들어왔다. 그래서 영화를 못 보게 됐다. 인터뷰를 할 때도 내가 했던 것을 내 입으로 이야기한다는 게 민망한 일이었다. 아마 연극을 먼저 시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연극은 내가 한 연기를 내가 안 본다. 엄청난 장점이다. 관객분들만 보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으로 묘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서 처음 봤고 기자 시사 때 봤는데 예전처럼 내가 미흡한 점이나 실수했던 점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니까 숨게 되고, 숨어서 응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원상 역시 '남영동 1985'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85년을 살아온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무심히 흘러온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영화를 대했고, 영화 속 고통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미안함과 부채의식을 느꼈다.
그는 "인터뷰를 할 때도 이전 모습과 다르다. 이 영화는 고통스럽고 힘든데 '힘든 것만 있지 않아요. 재밌는 것도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기억나는 것들을 다 끌어 모아 기억하고, 겪고, 느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재적인 관객이 공감해 주길 바란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와줬으면 한다. 진심으로 드리는 얘기에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길 바라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질문하기 전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들을 자꾸 얘기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많이 다르다.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꾸 정지영 감독이라는 사람에 대해 정치적 성향의 잣대로만 가늠해 몰아붙이지 말았으면 한다. 하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여봐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했는데도 이해가 안 된다면 논쟁은 그 때가서 해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남영동 1985'는 43세의 나에게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인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얼마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이 시기가 지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보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남영동 1985'는 필모그래피도 그렇고, 인생으로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터닝포인트인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배우, 인간 박원상을 변화시킨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85년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기록을 담았다. 오는 22일 개봉.
[배우 박원상.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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