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류현진은 솔직했다. 사실 그게 당연했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한 류현진은 첫 해에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괴물 신인'이란 별칭이 붙었다. 신인왕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고 MVP까지 석권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난 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2010년에도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로 특급 투수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국내에서의 평가였다. 한국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세계 야구 강국들을 무너뜨리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여전히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어느새 류현진은 7년차를 채웠고 그간 키웠던 메이저리그 진출 열망을 드러내면서 한화 구단의 허락을 받아 도전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사실상 개척자였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가 1994년 데뷔한 뒤 여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행 러쉬를 이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단 1명도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는 이상훈과 구대성이 있지만 모두 일본을 거쳐 이른바 '검증'을 받은 뒤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었다.
때문에 포스팅 응찰액이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려웠고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국내 야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류현진의 올해 승수를 9승이 아닌 '6승'으로 표기하는가 하면 류현진의 이름 표기를 헷갈려 '진류현'으로 표현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
었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1998년 이상훈이 60만 달러, 2002년 진필중이 2만 5000달러, 2002년 임창용이 65만 달러로 낙찰받는데 그쳐 '포스팅 악몽'에 시달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예상 외였다. 2573만 7737달러 33센트(약 280억원)란 포스팅 최고 응찰액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포스팅 입찰을 신청한 뒤 모습을 드러낸 류현진은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적잖은 마음 고생을 했을 그는 이제 한국 야구의 포스팅 악몽을 떨쳐낸 역사적인 인물로 남게 됐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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