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류현진(25·한화 이글스)의 행선지가 LA 다저스로 결정되면서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바로 희생번트다.
류현진이 활약하게 될 다저스는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어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투수인 류현진도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안타를 때려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지만 필요할 경우 희생번트는 해낼 수 있어야 자신의 승리도 챙길 수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희생번트는 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다.
국내 프로야구는 지명타자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류현진이 번트를 대는 장면을 볼 기회는 없었다. 올해 올스타전에서 사전 이벤트로 진행된 '남자라면 번트왕' 이벤트에 출전해 잠깐 선을 보인 것이 전부다. 이 행사도 당초 박찬호가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올스타전 당일 박찬호가 허리 통증으로 불참을 선언하며 류현진이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었다.
결국 번트 경험이 적은 류현진으로서는 연습만이 살 길이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서 번트에 실패해 볼카운트까지 불리해진 상황에서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2스트라이크에 몰리기 전에 번트를 성공시켜야 한다. 타석 당 기회는 2번뿐이다.
번트의 성패는 그 이닝의 득점 여부와 직결되므로, 경기 흐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투수가 번트를 대지 못하면 좀 더 일찍 교체될 수 있다. 피칭에만 문제가 없다면 3~4회에 교체될 일은 없지만 7이닝을 던질 수 있음에도 5~6이닝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물러나는 일은 결코 적지 않다.
가령 투구수가 80개가량인 선발투수의 타순이 돌아왔을 때 투수의 번트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팀이 동점을 이루고 있거나 리드를 잡은 경우에는 한 이닝 정도를 더 맡기기 위해 대타를 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상황이라면 선택도 반대일 수 있다. 팀이 1점 차이로 뒤지고 있는 입장이라면, 그리고 그 이닝이 승부처라는 판단이 선다면 벤치는 투수 타석에서 대타를 사용할 수 있다. 지명타자 제도를 사용하는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한계 투구수에 다다르지 않은 선발투수가 피칭에 큰 이상이 없더라도 경기 흐름에 따라 단지 점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셔널리그는 다르다.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빼어난 구위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박찬호는 무리 없이 벤치의 번트 지시를 소화했고, 투수 치고는 타격도 나쁘지 않았다. 번트를 잘 한다고 해서 있는 능력 이상의 이닝을 소화할 수는 없지만 번트를 못 한다는 것만으로 가진 능력을 끝까지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내셔널리그 투수라면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번트다.
[올스타전 이벤트에 참가해 번트를 하는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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