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 줄다리기다.
류현진의 에이전시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LA 다저스의 입단 계약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류현진에게 2573만달러를 입찰한 구단이 LA 다저스라는 게 알려지자마자 보라스 코퍼레이션 수장 스캇 보라스는 LA 현지 언론에 “류현진이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나은지, 아니면 2년 뒤 FA가 되면 계약하는 게 나은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류현진은 유망주가 아니다. 3선발 급이다. 지금 150km를 던질 수 있는 왼손투수가 잘 없다”는 식의 류현진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 보라스의 밀고 당기기
보라스의 엄포에 국내 야구 팬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러다 다저스가 싫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보라스는 계속해서 다저스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FA 발언을 한 건 그가 아직 FA 자격을 얻지 않은 투수이기 때문에 FA가 되면 더더욱 무서운 투수가 돼 몸값이 더욱 뛰니 다저스가 어서 구매를 하라는 뜻이다. 일종의 밀고 당기기다.
보라스의 ‘밀당’에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엔 아직 이렇다 할 좌완 선발투수가 없다. 더구나 트레이드, FA 이적 관련 물밑 협상 속도에 불이 붙는 ‘윈터 미팅’은 오는 12월 4일부터 7일까지 잡혀 있다. 윈터 미팅이 끝나면 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보라스는 지금 류현진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보라스도 다저스가 24년만의 우승에 혈안이 돼 막대한 돈을 퍼부으려 하는 태도를 간파한 상황이다.
▲ 다저스의 반격
다저스는 일단 잠잠했다. 하지만 13일(한국시각) ‘LA 타임스’는 “다저스 구단 고위층 스텐 카스텐이 류현진과의 계약을 윈터미팅 이후로 미루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저스도 보라스의 밀당에 반격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을 10일 공시했기 때문에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류현진의 계약 마감날짜는 12월 10일까지다. 즉 류현진과의 계약을 마감날짜까지 최대한 미루겠다는 것이다.
결국 다저스도 보라스의 밀당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사실 다저스도 이번 스토브리그서 할 일이 많다. 특히 선발진 재건은 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노장 선발들의 트레이드와 함께 FA 시장에 나선 투수들을 잡으려고 한다.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의 우승에 위기감을 느낀 다저스도 사실 류현진에만 매달릴 여유가 없다. 보라스가 밀당을 시도한다면 휘말릴 이유 없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협상의 기본원리와도 같다.
▲ 계약 덩치 클수록 성사 시간 오래 걸리는 법
다저스의 이번 조치 역시 류현진으로선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류현진보다 포스팅 금액이 많았던 투수들도 대부분 입단 계약이 마감기간 직전 아슬아슬하게 성사됐다. 2006년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2011년 다르빗슈 유도 협상 마감일에 극적 타결됐다. 특히 보라스는 2006년 마쓰자카의 6년 5200만달러짜리 특급 계약을 성사시킬 때도 마감일까지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다 막판에 마쓰자카가 먼저 보라스를 설득했고, 보스턴도 양보를 하면서 결국 계약이 성사됐었다.
알고보면 보라스의 밀고 당기기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몸값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대형 계약일수록 최대한 눈치 싸움을 하다 막판에 도장을 찍어왔다. 선발진 구성에 혈안이 된 다저스도 당분간은 끌려가지 않겠지만, 어차피 몸이 달은 쪽은 다저스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자세를 낮추고 계약 조건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아직 류현진의 포스팅 공시는 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이제 3일 지났다. 시간을 갖고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계약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14일 보라스 코퍼레이션 본사가 있는 LA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LA 다저스 입단 계약을 남겨둔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