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지금은 부상 위험, 고비에 대한 대비 같은 걸 할 여유가 없어요. 당장 오늘 경기 준비하기도 바쁜데요 뭘.”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솔직하게 다 털어놨다.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1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의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냈다. 그 결과가 6연승이다. 우리은행은 15일 부천 하나외환을 꺾고 6연승을 이어가며 신한은행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경기 전 만난 위 감독은 “솔직히 여름에 선수들을 반 죽일 정도로 훈련을 시켰습니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위 감독은 부상 선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위 감독은 “아픈 선수는 무조건 쉬라고 했다. 부상이 있는데 경기를 뛰는 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훈련을 하는 선수는 예외 없이 강하게 훈련을 시켰다. 훈련을 하다가 타협을 해서 쉬라고 하면 훈련 분위기가 느슨해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달라졌다. 선수 구성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FA 고아라가 삼성생명으로 이적해 전력 공백이 있었지만, 끈끈한 조직력이 생겼다. 박혜진, 이승아, 배혜윤, 양지희 등 젊은 선수들에겐 자신감이 생겼다. 베테랑 임영희는 팀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가드진이 앞선에서부터 강력한 수비로 상대 공격의 숨통을 끊고, 루즈볼과 리바운드의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마인드가 바뀌었다. 사실 큰 부분은 아니다. 위 감독은 “밖에서 봤을 때 우리 선수들이 기량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직접 훈련을 시키면서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잘 풀리고 있다. 선수들이 이젠 우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요즘 우리은행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고참들과 어린 선수가 많은 우리은행은 중간 서열 선수가 적다. 단일리그 전환 후 세대교체에 실패해 정체된 유망주가 많았기 때문, 위 감독은 “예전엔 서로 서먹했는데 지금은 이길 수 있다라는 마인드로 바뀌니까 밥 먹을 때부터 달라졌다. 선배와 후배가 자연스럽게 식사시간에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러면서 팀워크가 생기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이 강하지 않다. 선두를 끝까지 지킨다는 보장은 없다. ‘촌놈마라톤’이란 말도 여전히 따라붙는다. 신한은행, KDB생명 등 기존 강호들의 반격도 예상된다. 상승세 뒤엔 언제나 내리막도 있는 법. 우리은행과 위 감독에게 그것이 가장 큰 고비다.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서 올 시즌 우리은행의 명운이 결정될 것이다.
위 감독은 또 다시 솔직화법을 들고 나왔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아직 감독이 처음이다. 상황을 맞이해봐야 안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것에 따라서 나에 대한 평가도, 우리은행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라면서도 “당장 오늘 경기 준비하는 데도 정신이 없다. 지금은 위기 극복 방안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금 앞만 보고 달려간다. 팀 분위기도 좋고 팀워크도 최고조에 올랐다. 아픈 선수도 없다. 언젠가 위기도 찾아오고 부상 선수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우리은행을 넘어설 팀이 확실하게 없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분명 강해졌다. 그것만으로도 지난 4~5년간 최하위를 전전하던 젊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만하다. 더불어 신한은행 독주로만 흐르던 여자농구도 보는 재미가 생겼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은행의 질주를 두고 볼 일이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