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개봉 보름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한국 멜로 흥행사로 새롭게 쓴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의 화제의 엔딩 재회신이 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엔딩 재회신이란 '늑대소년' 송중기가 어느 새 할머니(이영란)가 된 순이와 재회하는 장면인데 "기다려!"라는 소녀의 말에 정말로 평생을 기다리고만 철수의 지고지순한 순정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관객들도 왈칵 눈물을 쏟고 마는 이 영화의 최대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바로 이 엔딩 재회신에서 의문이 가는 점은 딱 2가지다. 순이가 자라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되고 이제는 손녀마저 생긴 백발의 할머니가 된 긴 시간 동안 어째서 철수만 늙지 않았나 하는 점과 늙지 않은 철수를 설정했다면 판타지인 만큼 두 사람의 멜로 신에서 어린 순이를 등장시켜도 될 법한데 할머니 순이와 어린 철수의 언발란스한 재회신을 이어나갔나 하는 점이다.
조성희 감독은 세월이 지나도 송중기가 그대로 등장한 장면에 대해서는 "우리에게는 첫사랑이 그대로이길 바라는 환상이 있다. 첫사랑 오빠가 20년이 지나고 보니 배 나온 아저씨라면, 기억까지 망치는 그 존재가 원망스러울 것이다"며 "그런 점에서 늑대소년 철수는 여전히 그대로 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성희 감독은 최종적으로는 할머니와 늑대소년의 만남이 죽 이어지는 현재의 버전을 택했다. 그는 "영화의 화자가 여자 주인공인 소녀인데 화자의 입장에서 철수를 바라보는 장면인데 만약 박보영이 나와버리면 그 장면은 객관화 돼버리는 것 같았다. 시점이 밖으로 나가버린다는 생각에 그대로 할머니로 이어나갔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조성희 감독은 또 "어느 새 늙어버리고 목소리도 굵고 주책맞아진 할머니일지라도 늑대소년은 여전히 '예쁘다'라고 말해준다.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으로도 보여주고 싶었기에 할머니를 등장시킨 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성희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중년배우 이영란이 연기한 할머니와 소년 송중기의 재회신은 2030 여성 뿐 아니라 중년의 여성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 사람, 나는 늙었을지언정 여전히 한결같은 그의 마음. '늑대소년'은 첫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것을 대리만족시켜준 판타지다. 400만을 울린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영화 '늑대소년'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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