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9년만의 공허함이다.
FA 정현욱을 놓친 삼성이 뒷수습에 들어간다. 삼성은 2003시즌 후 마해영을 KIA로 넘겨준 뒤 9년만에 내부 FA를 국내 타구단에 빼앗겼다. 삼성은 곧 야구규약에 따라 LG에서 보상선수 1명과 FA 선수 전년도 연봉의 200% 혹은 FA 선수 전년도 연봉의 300%를 받아낼 수 있다. 삼성은 보상선수로 LG의 못다 핀 유망주 중 1명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 삼성, 불펜왕국 명성 유지 마냥 낙관할 순 없다
정현욱은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삼성 투수진 맏형으로서 젊은 투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했다. 이젠 그가 떠났다. 삼성 불펜은 중심축을 새로 짜야 한다. 정현욱의 아우라를 메워낼 수 있는 투수도, 실질적으로 정현욱의 몫을 해낼 수 있는 투수도 찾아야 한다.
삼성 불펜은 분명 리그 최강이다. 하지만, 정현욱의 FA 이적을 통해 본 삼성 불펜의 미래는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사이드암 권오준은 팔꿈치 상태가 썩 좋지 않다. 9월 초 1군 엔트리에서 제외가 된 뒤 여러 곳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고 한국시리즈도 뛰지 못했다. 이미 두 차례나 칼을 댄 팔꿈치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치료가 필요하다.
안지만은 팔꿈치에 돌아다니는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 인대접합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재활 기간은 짧다.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고 변수는 생길 수 있다. 또 그는 내년 시즌 후 FA다. 오승환도 내년에 FA로 풀린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 해외 진출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권혁도 2014시즌 이후 FA다. 이미 정현욱이 FA로 이적한 상황에서 1~2년 뒤 FA 자격을 얻는 불펜 투수들 중 추가로 몇명이라도 이탈한다면 삼성 최강 불펜의 미래는 마냥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
▲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현재 삼성 불펜의 축을 이루는 선수들은 대부분 선동열 KIA 감독이 삼성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있던 초창기 시절에 급성장했다. 이들은 지난 5~6년간 삼성 마운드를 이끌었다. 워낙 실력이 우수하다 보니 다른 젊은 투수 유망주들은 1군에 올라오기도 쉽지 않았다. 삼성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팀 평균자책점 1~2위를 유지했지만, 1군 기회를 얻지 못한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은 상당히 더뎠다.
이런 가운데 기존 불펜 투수들이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 정현욱을 시작으로 차례로 FA 자격을 얻는다. 또 수년간 뛰면서 점점 다른 팀에 분석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경산에 있는 젊은 투수들이 튀어 올라와서 기존 투수들과 경합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오치아이 에이지 코치가 퇴단한 뒤 발표될 1군 메인 투수코치와 2군 투수코치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삼성은 올 시즌 10년만에 팀 타율 1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타선의 힘이 타 구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마운드의 팀이고, 그 중심이 불펜이었다. 으레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정현욱의 FA 이적을 시작으로 철옹성 같은 삼성 불펜도 본격적으로 리빌딩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류중일 감독도 한국시리즈 2연패 직후 “2010년대 최강팀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그 역점 과제 중 하나가 불펜 리빌딩이 될 전망이다. 한국프로야구 최초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 혹은 그 이상의 기록을 쓰기 위해선 또 한번의 강력한 불펜 건설이 필요하다. 삼성 최강 불펜이 정현욱의 LG 이적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LG로 이적한 정현욱의 삼성 시절 활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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