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홍성흔이 4년만에 두산으로 돌아왔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덕아웃 리더의 컴백을 의미한다. 홍성흔은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그게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두산이 2001년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을 누르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도, 김경문 감독과 함께 2000년대 말 두산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강호로 올라선 마침표엔 항상 덕아웃 리더 홍성흔이 있었다.
홍성흔은 2009년에 롯데로 옮겼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2007년과 2008년 연이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이후 2009년부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늘 우승전력이라는 평가였지만, 마지막에 힘이 부족했다. 라이벌 SK를 결국 넘지 못했고, 세대교체를 마치고 재도약한 삼성에도 밀렸다. 김경문 전 감독의 사퇴 이후 김진욱 감독 체제 속에서도 두산은 정규시즌 3위에 이어 준플레이오프 탈락이란 쓴맛을 봤다.
두산 내부에서 홍성흔의 부재가 그립다는 말이 나왔다. 팀이 연승을 할 때 솔선수범해 오버 액션 세레머니를 하며 팀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고, 뒤에선 방심하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팀이 연패라도 빠졌을 땐 역시 맨 앞으로 나와서 후배들을 독려했다. 야구는 멘털게임이다. 분위기, 흐름이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홍성흔의 공헌도는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 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또 기본적으로 그는 야구를 잘 했다. 그의 혹시 모를 ‘오버’가 밉지 않은 이유였다.
두산에 홍성흔이 빠진 뒤엔 마땅한 클럽하우스 리더가 없었다. 최고참 김동주가 있지만, 직접 덕아웃 전면에 나서기 보단 뒤에서 조용히 후배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해왔다. 홍성흔이 떠난 뒤에 갑작스럽게 홍성흔의 역할을 맡는 것도 우스웠다. 게다가 잔부상이 많았다. 경기 출전 빈도가 줄어드는 데 덕아웃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쉽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각종 부상으로 준플레이오프서 김진욱 감독의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두산은 그동안 외부 FA 투자에 인색했다. FA제도 도입 13년 역사상 단 한번도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았다. 자금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키워서 쓰는 걸 선호했다. 이젠 아니다. 물론 두산이 최근 몇년간 침체일로인 건 전력이 약해진 건 맞지만, 홍성흔이 해낼 수 있는 덕아웃 리더 역할을 해줄 선수를 찾지 못한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4년 전 FA로 떠나 보냈던 그가 4년 뒤 다시 FA 시장에 나오자 두산은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사상 첫 외부 FA 영입에 성공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두산의 덕아웃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뀐 게 아닌데도 홍성흔의 공백은 컸다. 두산은 홍성흔이 4년 전처럼 다시 두산 덕아웃에 신바람을 불어넣어주길 원한다. 홍성흔의 호쾌한 스윙과 화려한 입담이 피어오르는 두산 덕아웃이 그리웠던 두산 팬들도 그의 컴백을 환영하고 있다. 홍성흔의 두산 컴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닌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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