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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밤'이 '승부의 신'을 폐지하고 '매직콘서트-이것이 마술이다'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새 프로그램의 투입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밤'에게선 '이번 프로그램은 과연 몇 개월을 버틸까?' 하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이 불안감은 '일밤'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무한걸스', '승부의 신' 등 이미 여러 프로그램의 신설과 폐지를 반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밤'이 계속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는 건 시청률이 저조한 탓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과 '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 지금은 'K팝 스타2'에 대항하려 했지만, 매번 한자릿수 시청률을 맴돌며 고전했다.
'일밤'이 직면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식상함이다. 새 프로그램이 계속 투입되고 있음에도 왠지 '일밤'은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고향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꿈엔들'은 기존 고향 버라이어티와 큰 차이가 없었고, 남녀 연예인이 성 역할을 서로 바꿔본다는 '남심여심'도 이미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소재로 삼았던 것을 확장했을 뿐이었다.
여러 논란을 낳으며 투입된 '무한걸스'는 케이블채널에서 여성 버라이어티로서 나름 경쟁력을 갖췄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일밤'에 투입된 후에는 원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따라하기에만 앞장서 진부함을 불렀고, '무한도전' 팬들의 비난만 자초했다. 이번에 폐지되는 '승부의 신'은 심지어 '무한도전'의 '하하vs홍철' 코너에서 모티브를 얻은 프로그램이었다. 새로 투입되는 '매직콘서트' 역시 그동안 여러 방송국에서 선보인 바 있는 마술쇼 프로그램들과 골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식상함이란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익숙하단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밤'은 익숙한 포맷에 신선함을 전혀 가미하지 못했고 익숙한 내용만 반복한 끝에 프로그램이 식상함으로 흘러가는 걸 막지 못했다.
'일밤'에는 프로그램을 대표할 걸출한 MC가 없는 것도 문제다. 과거 주병진에서 이경규를 거치며 신동엽이 '일밤'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지금은 딱히 '일밤'과 함께 연상되는 MC가 없다. 대신 이미 폐지된 프로그램에서 봤던 출연자들이 마치 프로그램만 바꿔서 다시 등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일밤'이 대형 MC를 영입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일밤'이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조급하게 굴기 때문이다. '런닝맨'이 '1박2일'을 누르고 일요일 저녁 예능프로그램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강호동이 '1박2일'에서 빠졌기 때문만이 아니며, 유재석 혼자만의 힘으로 일군 것도 아니다.
꾸준한 시간 동안 '런닝맨'이 방송되면서 그 안에 관계가 형성되고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출연자들이 캐릭터화 되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런닝맨'은 방송을 거듭하며 '월요커플'이 생겼고, '유르스 윌리스', '능력자', '멍지효', '기린', '하로로'도 생기면서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이는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해 지금의 독보적인 자리에 오를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박2일'이 가장 전통 있고 단골 많은 식당이라면, '런닝맨'은 '1박2일'보다 늦게 개업했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메뉴를 어필한 끝에 이제야 비로소 꽤 든든한 단골 손님들을 확보한 식당이다.
그리고 '매직콘서트'는 이번에 신장개업하는 식당이다. 하지만 메뉴도 뻔해 보이고, 이미 그 자리에는 여러 식당들이 몇 개월 못 가서 문 닫았던 전력이 있다. 이 식당이 성공하려면 좀 더 차별화된 메뉴로 손님들에게 맛도 보여주고 반응도 살피면서 손님들 입맛을 끌어들여야 할 텐데, 혹시나 식당 주인이 몇 개월 못 참고 또 금세 간판을 바꿔 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MBC '일밤'의 '승부의 신'(위)과 '남심여심'.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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