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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강이관 감독의 영화 '범죄소년'은 범죄소년으로 분류되는 소년원 출신 소년과 이 아이를 버린 채 떠나갔던 미혼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범죄소년'이라는 강한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러닝타임 107분 내내 따뜻한 온기를 자랑한다. 처음으로 어머니를 마주한 아들, 그와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아들을 마주한 어머니의 시작은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며 어머니와 아들로서의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은 서투르긴 해도 훈훈함을 안긴다.
병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서영주)는 친구 때문에 절도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소년원행이 결정된다. 소년원에 있는 동안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게 된 지구에게 퇴원을 앞두고 13년 만에 어머니 효승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한 가족으로 생활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만 이런 생활도 잠시뿐이다. 지구가 여자친구를 미혼모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다시 초보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틀어진다. 효승이 지구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미혼모로 만들었던 남자를 떠올리게 되면서 아들을 다시 험악한 세상으로 내몰게 되는 것. 하지만 다시 어머니의 자리로 돌아오는 효승을 보고 있자면 이들 모자에게 찾아올 희망의 불씨를 예감하게 된다.
이 영화는 범죄소년과 범죄소년 출신이었던 어머니가 가족이 되는 과정을 따뜻한 분위기로 그려내지만 '범죄소년'이 말하고자하는 바 역시 따뜻한 건 아니다. 이 영화는 궁지로 내몰려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다시 사회적 약자가 되고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범죄에 내몰리는 현실을 덤덤히 전한다.
또 절절한 신파 없이도 현실을 헤쳐나가는 모자의 모습을 통해 원치 않게 사회로부터 내몰린 사람들의 열악한 현실을 체감하도록 만든다. 관객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범죄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다시 일어날 기회조차 박탈당한 사람들을 목도하며 다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서영주(14), 12년 만에 장편영화로 스크린에 복귀한 이정현(32)의 힘이 컸다.
이번 작품으로 영화제 최연소이자 한국 최초로 도쿄국제영화제 최우수남우상의 영광을 안은 서영주는 눈빛만으로도 범죄소년이 겪은 아픔과 슬픔, 고통을 표현해 낸다. 그 나이대 아이가 가지는 풋풋함은 덤이다. 이정현은 미혼모 역을 통해 영화 '꽃잎' 속 광기어린 모습을 탈피해 배우로서의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들을 한데 모은 강이관 감독은 두 배우의 능력을 끌어내며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차가운 현실을 버무려냈다. 그 역시 '범죄소년'으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훈훈함 속에 현실을 투영시킨 '범죄소년'은 소년원을 드나드는 범죄소년(서영주)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이정현)와 재회, 둘 사이에 숨겨진 충격적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범죄소년' 스틸컷. 사진 = 타임스토리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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