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이 대학생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오승환은 지난 20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 '열정락서 시즌3'에서 나승연 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준비위원회 대변인,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세 번째이자 마지막 강사로 등장했다. 이날 강연은 사회자로 나선 개그맨 정범균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오승환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재치'있는 멘트를 선사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비법을 알려줬다.
▲ 잊지 말아야할 경기가 있고 잊어야 하는 경기가 있다
오승환은 토크 콘서트가 시작되자마자 '아픈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 4월 24일 대구 롯데전 영상이 나온 것이다. 당시 2-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했던 오승환은 무려 6실점을 하며 1014일 만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끝나고 류중일 감독님께서 '승환아 끝나고 소주 한잔 해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경기에서 그렇게 했다면 소주 한잔 마시고 털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롯데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잊지 말아야할 경기가 있고 잊어야 하는 경기가 있다. 나에게는 잊지 말아야할 경기라 다음날 다시 한번 롯데와의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더 일찍 잤다"
1경기에서 무려 6실점을 했던 오승환은 이후 모든 경기에서 단 6실점에 그쳤다. 그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 1.94는 55⅔이닝을 던져 자책점 12점을 기록해 이뤄진 것이다.
▲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했다
오승환은 여타 선수들과 다른 독특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평범한 투구폼이 아닌 탓에 자신도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이 "나 스스로도 왜 저렇게 던지지 싶었다"고 말할 정도. "'투구폼의 교과서'라는 정민철 코치님의 투구폼을 닮고 싶었다"는 게 오승환의 말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내 투구폼은 자연스럽진 않다. 학창시절에 투구폼을 바꾸려고 새벽이나 늦은 시간에도 투구폼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나 바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했다. 내 투구폼은 힘이 많이 들어가서 체력 운동을 많이했다. 프로에 들어와서는 내 투구폼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과 다른 투구폼을 가진 것이 불편했지만 그것을 곧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은 오늘날의 오승환을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악성 댓글? 그 사람에게 칭찬을 받아보자
2005년 신인왕에 오르고 2006년엔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그러나 오승환은 늘 승승장구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부상과 부진으로 2009년과 2010년엔 부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으로 재활을 거치며 2011년 자신이 세웠던 최다 세이브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내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을 때 악성 댓글이 달린 것을 많이 봤다. '직구 하나만 갖고 승부하는 오승환은 이제 끝났다'는 댓글도 봤다"
이때 오승환은 화를 내는 것 대신 '다짐'을 하게 된다. "나에게 욕을 하고 댓글다는 사람들한테 칭찬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 열정만 가지고는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마지막 질문이었다. '오승환에게 열정이란?'
"차가운 열정이라 표현하고 싶다. 열정을 가지고 있되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열정만 가지고는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공을 던지는 것으로 비유하면 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냉정과 열정의 그 사이를 잘 유지해야 한다"
피날레를 장식한 오승환의 명답이었다.
또한 그는 "누구나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만의 자신감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을 긍정과 자신감에 연계해 모든 일을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프로 입단 후 성공과 좌절을 모두 겪으며 한층 더 성숙해진 '끝판대장'은 올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그의 경험은 젊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세지가 된 것이 분명했다.
[오승환이 토크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삼성 뉴미디어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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