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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하선이 제대로 망가졌다. 여배우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자신을 내려놓은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박하선은 영화 '음치클리닉'(감독 김진영)에서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모태 음치녀 동주 역을 맡았다. 그는 10년 만에 만난 첫사랑 앞에서 멋들어진 노래를 부르기 위해 'Dr.목 음치클리닉'을 찾고, 이곳에서 스타 강사 신홍(윤상현)과 만나 음치탈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어리바리한 허당 캐릭터로 등장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던 박하선의 코믹연기는 '음치클리닉'에서 빛을 발한다. 모태 음치 '동주;가 아니라 모태 음치 '박하선'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개그맨 정태호 식으로 말하자면 노래를 못 해도 너~무 못한다. 음정, 박자를 못 맞추는 건 기본이고 노래를 부를 때 염소소리까지 곁들여져 폭소케 한다.
일그러지는 표정 연기도 일품이다. 여배우면 으레 예뻐 보이고 싶기 마련이겠지만 박하선은 여배우로서의 자신을 포기했다. 그의 코믹 표정연기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이지만 노래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결혼식 축가를 부르는 박하선의 오버액션과 풍부한 표정연기를 보고 있자면 앞으로 코믹 장르에서 활약할 그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윤상현의 코믹연기는 아쉬움을 남긴다. 데뷔 7년 만에 첫 스크린 도전작이 코믹멜로라는 점에서 윤상현이 선보일 코믹연기에 눈길이 쏠렸던 게 사실. 게다가 브라운관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스타성을 입증해왔던 배우였기에 더욱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윤상현은 자신이 더 돋보일 수 있음에도 "영화에서 동주가 더 예뻐 보이고 부각되게끔 서포트 해야겠다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주연배우 윤상현의 코믹연기는 박하선 그리고 조연배우들에 비하면 작은 존재감이다. 오히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윤상현이 맡은 배역 오스카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말미 백두산의 콘서트에서 무대에 오르는 윤상현의 모습은 딱 오스카다. 물론 영화 전체를 놓고 보자면 상당히 찌질하고 소탈해진 오스카지만.
오히려 특별출연한 김해숙이 짧은 출연분량에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김해숙은 천만배우의 저력을 보여주듯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푼수 연기를 곁들이며 천의 얼굴을 선보인다. '국민 어머니'였던 그가 장윤정의 '어머나'를 간드러지게 부르는 모습은 역시 천상 배우다.
여기에 조연열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치클리닉에서 음치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사고를 담아낸 덕에 한 스크린 안에서 익숙한 배우들을 대거 볼 수 있다. 백청강이 신홍의 옛 제자로 출연하며 장광이 목소리만 파바로티인 음치로 분해 반전 매력을 안긴다. 중딩 교복 3인방과 평소에는 폭력남편이지만 특공대 출신 아내에게 얻어맞은 송새벽도 빼 놓을 수 없는 코믹 조연이다. 또 믿고 보는 코믹배우 박철민식 유머도 웃음을 안긴다.
반면 마지막까지 웃겨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무게감을 더하는 멜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러닝타임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9일 개봉.
[영화 '음치클리닉' 스틸컷.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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