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찬호의 입을 주목할 때가 됐다.
박찬호가 약 한 달 가량의 미국 일정을 마치고 24일 귀국한다. 이제 자신의 내년 거취를 밝힐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박찬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서 “내년 시즌에 현역으로 뛸 것인지, 은퇴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잘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과연 박찬호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일단 한화는 2013년 보류선수신청 마감일인 25일에 박찬호를 등록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 박찬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찬호의 소속사 팀61 측은 “24일 귀국하는 것만 확실하다. 기자회견 등 공항에서의 특별한 일정은 없다”고 했다. 이어 “25일 박찬호 장학회 행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황상 이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자리도 장학금을 주는 자리이기 때문에 박찬호 선수가 개인 신변에 대한 말을 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만약 박찬호가 25일 행사에서도 입을 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일단 한화는 내년 보류선수에 그를 집어넣고 결정을 기다릴 생각이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이 지난주 서산 마무리훈련 현장에서 “구단이 박찬호에게 편의를 많이 봐준다. 박찬호가 빨리 걱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어 거취를 표명할 수도 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그의 성향상 추후 거취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힐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 한화 잔류? 한 숨 돌리는 구단, 큰 도움 받는 영건들
박찬호가 한화에 남는다면 한화는 한 숨을 돌린다. 한화는 내년 시즌 마운드 높이가 높지 않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이 초읽기에 들어간 마당에 박찬호마저 없다면 선발진 후미에 구멍이 난다. 김혁민, 데니 바티스타, 유창식에 올 시즌 막판 마무리로 뛴 안승민을 끌어당겨도 5인체제 구성이 힘겹다. 박찬호가 내년에도 잔류한다면 선발이든 불펜이든 큰 힘을 얻게 된다. 특히 안승민의 경우 박찬호의 결정에 따라 보직이 바뀔 수 있다.
박찬호는 올 시즌 한화 젊은 투수들에게 걸어 다니는 교과서였다. 시즌 초반 안승민이 구원으로 나와 박찬호의 승리를 날린 뒤 박찬호에게 미안함을 표시하자 오히려 박찬호가 안승민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마인드 컨트롤을 강조한 건 유명한 일화다. 또 철저한 자기 관리와 웨이트트레이닝 등 경험이 적은 한화 투수들은 그에게 유, 무형의 가르침을 받았다.
2013년 한화 마운드도 젊은 투수들이 주축이다. 박찬호가 설령 플레잉코치로 뛰더라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선수는 기술적인 면을 사사받는 투수코치 외에 선배에게 얻는 프로생활의 노하우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혹의 박찬호로 인해 한화 마운드 평균연령은 올라 갈수 있다. 하지만 한화 젊은 투수들의 정신적인 성숙함 역시 커질 수 있다. 한화는 그가 남아주길 바란다.
▲ 이대로 은퇴? 한화 전력 약화 불가피, 향후 거취에도 관심
국내 언론은 대체로 박찬호의 은퇴에 아주 조금 무게를 더 두는 분위기다. 그가 애당초 현역으로 뛸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찬호가 은퇴를 한다면 그의 과거 행적상 따로 기자회견을 열 가능성이 크다. 그 순간 한화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당장 내년 마운드 높이에 대한 고민도 생기고, 은퇴식 준비도 해야 한다.
한화 전력상 박찬호 없는 내년 마운드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전력 약화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찬호마저 떠난다면 남아 있는 선수들의 사기도 저하될 수 있다. 리빌딩을 진행중이긴 하지만 박찬호가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 김 감독이 한 차례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여전히 구단이 박찬호를 조심스럽게 대하려고 하는 건 이유가 있다.
박찬호가 은퇴를 결정한다면 한화는 은퇴식 계획을 잡아야 한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레전드들에 대한 대우를 섭섭지 않게 해왔다. 성대한 은퇴식을 해주기로 유명했다. 박찬호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모두에게 추억으로 남을 은퇴식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 그가 은퇴를 한다면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평소 야구계 현안 및 행정, 후배들 가르침 등 다방면에 두루 관심을 두고 있었던 터라 쉽사리 예상하기가 힘들다. 이럴 경우 그가 어디서, 얼마나 머물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시간이 없다. 한화는 기다려 줄만큼 기다려줬다. 이제 박찬호가 시원하게 입을 열어야 할 때다. 그의 말 한마디에 한국야구계가 또 한번 들썩일 것 같다.
[투구를 하는 박찬호(위), 열변을 토하는 박찬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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