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했다.
1년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올시즌 종료 후 박재홍에게 은퇴와 함께 코치 연수를 제안했다. 반면 박재홍(39)은 현역 연장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내고 있다. 양 측 모두 1년 전과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박재홍은 정말 '선수' 박재홍에서 물러나야 할 만큼 실력이 떨어져 있는 것일까. 이를 기록으로 살펴본다.
▲ 공격에서는 여전히 '박재홍'이란 이름값 해내
박재홍은 우여곡절 끝에 2012시즌에도 SK 유니폼을 입었다. 당초 구단은 박재홍에게 은퇴 권유를 한 뒤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를 보류선수에서 제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동수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향했고 베테랑 우타자 부족이라는 팀 사정이 겹치며 1년 더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어렵사리 'SK 박재홍'이 이어졌지만 이후에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재홍은 시즌내내 어깨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중도하차했으며 300홈런을 한 개 남겨두고 엔트리에서 빠진 것도 어깨 부상 때문이었다.
올시즌 박재홍이 출전한 경기는 46경기, 타석은 120번이다. 결코 많지 않은 숫자다. 그럼에도 박재홍은 적지 않게 팀 승리에 공헌했으며 또 강한 인상도 여러차례 남겼다. 시즌 초반 박재홍은 이호준(NC)과 함께 팀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축이었으며 시즌 막판에 돌아와서도 결정적인 안타를 몇 차례 날렸다.
기록에서도 젊은 선수들에 뒤처지지 않았다. 비록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선수 박재홍'으로서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타율은 .250. 통산타율 .284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박재홍'이라는 이름값에는 한참 못미치는 기록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박재홍은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5홈런을 기록했다. 덕분에 프로 통산 300홈런도 채웠다. 순수장타율인 IsoP도 .193로 준수하다. 40살이지만 여전히 파워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세부 기록도 마찬가지다. 박재홍은 주자가 없는 상황보다 있을 때 강한 모습을 보이며 베테랑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이 .182(55타수 10안타 2홈런)에 불과했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327(49타수 16안타 3홈런)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좌투수에게 타율 .290(31타수 9안타 2홈런)을 기록하며 좌완상대 스페셜리스트로서의 가능성도 선보였다.
이 밖에도 박재홍은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상대로 더 뛰어난 타율을 기록해 인상을 남겼다. 삼성에게 타율 .412(17타수 7안타 1홈런), 롯데에게 타율 .308(13타수 4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두산에게만 20타수 2안타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팀에게는 다른 양상이었다. 넥센전 타율 .100(20타수 2안타), 한화전 .182(11타수 2안타), KIA전 .000(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반대로 LG에게만 .571(14타수 8안타 1홈런)으로 강한 모습이다.
물론 박재홍에게 수비나 체력 등에서 전성기와 같은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올시즌 활약을 본다면 왜 박재홍이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하고 싶어하는지 짐작할 수는 있다.
이제 프로야구 9개 구단 보류선수 명단 제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박재홍이 극적으로 SK 보류선수 명단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박재홍은 쓸쓸히 유니폼을 벗거나 생소한 구단 유니폼을 입고 2013시즌을 뛰게 된다.
[은퇴 갈림길에 놓인 박재홍.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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