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해 한국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관객 1억명을 돌파했다. 상반기부터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이 4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더니 하반기에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늑대소년' 등으로 이어지며 신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다. 또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 관객을 넘어서며 한국영화 사상 한 해 천만영화가 두 편 탄생하는 진기록도 새로 썼다.
이와 같이 한국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데는 정확한 관객 타깃을 목표로 한 영화 제작, 탄탄한 줄거리와 연출력으로 무장한 웰메이드 영화의 대거 등장 등 업그레이드 된 한국영화의 힘이 컸다.
하지만 배우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익숙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 관객들에게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을 발휘한 '남배우의 재발견'이 도드라졌다.
- 사극도전으로 충무로 평정한 이병헌
배우 이병헌은 올해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자신의 흥행작 타이틀을 바꿔 달았다. 그동안 지난 2008년 개봉해 668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최고 흥행작이었지만 지난 9월 13일 개봉해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에 머무르고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2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연일 개인 필모그래피를 경신중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이병헌의 첫 사극일 뿐더러 첫 1인 2역 도전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 뚜껑을 연 영화는 기대감 만큼의 만족감을 안겨줬다. 진지한 연기부터 코믹한 연기까지 이병헌은 몸사리지 않은 연기투혼을 발휘하며 관객들의 웃음, 눈물,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천민 하선과 왕 광해, 천민에서 진정한 왕이 돼 가는 천민 하선의 변화 모습 등 1인 3역이라 할 수 있는 연기를 섬세하게 소화해 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 이 남자가 못하는 게 뭐야? 하정우
배우 하정우는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두 편을 통해 자신의 극과 극 매력을 발산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부산 최대 조직의 보스 최형우 역을 맡아 마초적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반면 같은 달 개봉한 '러브픽션'에서는 31세가 될 때까지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소설가 구주월 역을 맡아 사랑스러운 찌질남으로 변신했다.
그는 로드무비에까지 발을 넓혔다. "내년에도 상을 타면 국토대장정을 하겠다"는 그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기획된 영화 '577 프로젝트'에서 남성다움과 코믹본능 등을 뽐내며 하정우표 종합선물세트를 완성해 냈다. 한 해 동안 세 편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역시 하정우'임을 입증한 그는 현재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롤러코스터'의 메가폰까지 잡으며 영화인으로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산하고 있다.
- 70대 노시인도 완벽 소화, 천의 얼굴 박해일
배우 박해일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은교'에서 3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70대 노시인 이적요로 완벽히 변신했다. 촬영 중 매일 8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감내하며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감행했고, 등이 굽고 걸음걸이까지 달라질 정도로 완벽히 역할에 몰입하며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30대 박해일의 모습을 지워냈다.
그는 '은교'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미래, 모두를 스크린에 선보였다. 영화의 90% 이상을 노인으로 출연했지만 과거 회상신 속 20대의 이적요, 사진 속 50대 이적요 등으로 분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을 연기해냈다. 신기한 건 극중 다양한 연령층으로 변신한 박해일의 모습에 위화감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연기자로서 박해일의 역량을 보여주는 좋은 예기도 하다.
- 옴므파탈 카사노바로 여심 사로잡은 류승룡
올해는 배우 류승룡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평양성',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을 통해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파 배우의 반열에 올랐던 그가 여성팬의 환호를 받는 스타 중의 스타로 등극한 것.
류승룡은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을 유혹하는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 역을 맡았다.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때로는 로맨틱하고 때로는 코믹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면을 지닌 매력남으로 분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능청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고, 자꾸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성기의 매력은 스크린 밖 류승룡이 가진 남성미, 유머러스함,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매력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 덕분에 류승룡은 스크린 안과 밖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진정한 카사노바가 됐다.
- 날것의 카리스마로 가능성 재입증한 임창정
배우 임창정은 오랫동안 코믹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었다. '코믹배우=임창정'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 임창정에게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웃음기를 쏙 뺀 연기에서도 임창정만의 독보적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임창정은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에서 기존 이미지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공해상에서 벌어지는 장기밀매 소재를 다룬 영화 '공모자들'에서 장기밀매 현장총책 영규 역을 맡아 날 것의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넉살 좋은 웃음 대신 쓸쓸한 눈빛과 묵직한 무게감을 선보이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한 단계 확장시켰고 '임창정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이병헌, 류승룡, 임창정, 하정우, 박해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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