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WBC 하면 예전에는 세계복싱평의회(World Boxing Council)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을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WBC는 단 두 번의 대회만으로 야구를 대표하는 국제대회로 떠올랐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붙는다. 바로 클래식이란 단어다. 내년 3월 본선까지 치르더라도 고작 세 번에 불과하고, 첫 대회인 2006년부터 아직 10년도 채 흐르지 않았다. 클래식을 붙이기에는 WBC의 역사가 짧다.
하지만 클래식의 의미를 깊게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흔히 '고전'으로만 알고 있는 클래식의 의미 중에는 '최고 수준의'라는 뜻이 있다. 영어단어 클래식의 어원이 로마 시대 최상위 계층을 뜻하는 클라시쿠스(classicus)라는 점을 상기하면 된다. 리버풀을 이끌었던 빌 샹클리 전 감독의 "폼(상태)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수준)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라는 말을 생각하면 더욱 쉽다.
이를 이해하고 나면 WBC의 C가 클래식인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야구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도 볼 수 없는 선수들이 총출동(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하는 최고의 대회를 지향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월드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월드시리즈는 흔히 'Fall Classic'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이를 '가을의 고전'이라 번역한다. 당연히 매끄러운 번역은 아니다. 'Midsummer Classic'이라 일컫는 올스타전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의 각 분야에서 영어를 비롯한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추세이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오역으로 인한 문제는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올바르지 않은 번역은 여전히 혼란을 준다. '가을의 고전'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이야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월드시리즈가 고전으로 불려도 상관없겠지만, 미국인들이 월드시리즈를 'Fall Classic'이라 지칭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월드시리즈는 'Fall Classic'이었다.
언어는 의식의 영향을 받지만, 사용하기 시작하면 의식을 지배하기도 한다. 하나의 오역은 다른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은 단어 하나의 해석에서 생기는 오해가 '야구 사대주의'를 만들 수도 있고, 올바른 야구 문화 형성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고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