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성호 트레이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가 27일 장성호를 롯데에 보냈다. 한화 팬들은 두번 놀랐다. 중심타자가 롯데로 트레이드 된 것에 한번, 장성호의 맞트레이드 상대가 야탑고와 제주 국제대를 나온 신인 좌완투수 송창현이라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두 사람이 1대1로 맞교환 되기엔 급이 하늘과 땅 차이지만, 한 꺼풀을 벗겨보면 그렇지 않다. 그 속엔 김응용 감독의 신념과 야구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 야구는 잘하던 선수가 잘한다지만…
장성호는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이다. 올 시즌 2000안타를 달성했지만, 최근 3년 연속 3할 타율을 찍지 못할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졌다. 또 적지 않은 나이에 어깨 부상과 수술 경력으로 앞으로의 전망 역시 마냥 밝다고 할 순 없다. 한화로서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태완이 있고, 외야에도 정현석이 가세했다. 포지션 역학상으로는 충분히 장성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래도 야구계엔 “야구는 잘하던 선수가 잘 한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장성호가 내리막을 타던 선수라고 해도 아무것도 보여준 것 없는 신인 좌투수보단 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논리다. 장성호는 롯데에서 충분히 기회를 얻을 것이고, 송창현은 당장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하면 1군 진입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건 장성호가 그 동안 보여준 게 있고 몸 값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현실이다.
한화는 투수진 보강을 위해 모험을 했다. 한화 관계자는 “사실상 감독님이 주도한 트레이드다. 감독님이 예전부터 좋게 보고 있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삼성 사장에서 물러난 뒤 제주도에 오래 머물렀었는데, 당시 송창현을 높게 평가했던 모양이다. 체구도 184cm에 95kg으로 덩치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김 감독의 입맛에도 맞다. 장성호 행보와 무관하게 송창현이 내년 시즌 가능성이라도 보여준다면, 한화는 이 트레이드의 승자나 다름없다.
▲ 트레이드? 나만 좋을 순 없잖아
2주 전 한화의 서산 마무리훈련. 당시 김 감독은 “트레이드? 어떻게 나만 좋은 트레이드를 해?”라고 했다. 이어 “트레이드는 하면 그걸로 끝이야. 트레이드로 보낸 선수가 잘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면 안 돼”라고 했다. 매우 중요한 말이다. 김 감독은 트레이드가 성사가 되려면 제 살 깎기의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떠나보낸 장성호를 생각하기보다 송창현의 미래 가치에 주목했다. 만약 한화가 장성호의 가치를 감안해 롯데에 추가 매물을 요구해 트레이드 덩치가 커졌다면, 이 트레이드는 논의 과정에서 엎어질 수도 있었다. 한화가 장성호의 대가로 신인급 선수를 1~2명 이상 요구하는 게 당연한 듯 보여도 막상 내주는 팀의 내부사정도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만큼 유망주 관리도 중요하다. 롯데도 유망주를 추가로 내주는 건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었다.
▲ 김응용 감독이 야구계에 던진 메시지
장성호 트레이드는 김 감독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놀라움을 남겼다. 또 김 감독이 아니라면 성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트레이드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일반적으론 롯데가 결국 승자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실제 내년 시즌 후 이런 계산이 도출된다면, 김 감독의 트레이드 시도는 마냥 실패한 것이라 치부돼도 좋은 것일까.
아니다. 오프시즌에 트레이드 2건이 터졌지만, 여전히 한국프로야구 트레이드 시장은 좁다. 김 감독의 지적대로 국내야구는 부메랑 효과를 너무 의식한다. 그게 성적에 직결되고, 감독 목숨까지 위협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독 입장에서 필요한 전력이 있으면 과감하게 영입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더구나 한화같이 전력이 약한 팀이라면 더더욱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하다. 때론 미래 가치를 위해 즉시전력도 빼내는 승부수도 필요하다. 선수 교환에 경직된 문화라면 국내야구는 매년 판도 변화 없는 별 볼일 없는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론 리빌딩을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트레이드가 하나의 전력강화 수단이 돼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야구를 볼 맛이 난다. 설령 트레이드가 실패하면 또 다른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보강책을 찾아야 한다. 선수 개개인도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과 맞는 팀을 찾는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없다.
김 감독의 장성호 트레이드는 다른 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유의 경직된 한국 트레이드 문화를 바로잡고, 야구판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설령 이 트레이드가 한화에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리빌딩과 전력보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을만 하다. 트레이드 지평을 바꾼 김 감독의 트레이드가 훗날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 궁금하다.
[김응용 감독(위, 아래), 롯데로 이적한 장성호(중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