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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신인 남자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면, 너도나도 하정우를 롤모델로 꼽는다. 비단, 신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20대 어린 남자배우들에게 목표는 하정우다.
한 때 남자배우들의 목표는 송강호였고 설경구였으며 한석규였다. 물론 이들 세 배우는 지금도 묵직한 존재감으로 충무로를 압도하고 있지만, 괴물같은 하정우의 등장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충무로 최고거장 임권택 감독의 아들인 권현상도 하정우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겹치는 개인사라는 명백한 이유가 있긴 하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야 하는 배우로서의 태생적 과제를 부여받은 권현상처럼 하정우 역시 한 때는 '김용건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지 않았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알고보니 김용건이 하정우의 아버지?"라며 뒤늦게 무릎을 치는 이들이 있다.
하정우의 '577 패밀리' 소속 배우들도 하나 같이 하정우를 꿈꾼다. 이들에게 하정우는 '리더'이자, '지향점'이다. 중앙대학교 출신의 신인배우들을 만나봐도 이야기는 같다. 이들은 하정우와의 학창시절 추억을 곱씹으며 그를 추켜세우기 바쁘다.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언젠가는 나도 하정우 형처럼 될 수 있겠죠?"
대체 하정우는 누구일까. 배우들의 성공 아이콘이 돼버린 그의 히스토리는 기적 혹은 천재와는 거리가 멀다. 노력형이다.
영화 '마들렌'으로 조용히 데뷔한 그는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로 주목받았다. 몇 편의 단역을 거치고 한 때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자신을 도마 위에 올리는 데 열중했다. 2007년에는 미국 독립영화 '두번째 사랑'에도 출연했고, 김기덕 감독의 '숨'에도 등장했다.
'비스티 보이즈'(2008), '추격자'(2008),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의뢰인'(2011), '범죄와의 전쟁'(2012), '러브픽션'(2012) 등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겹치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그만큼 외연이 넓은 배우라는 의미다.
타고난 리더쉽도 한 몫 했다. 후배들을 제 몸처럼 챙기는 살뜰함은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게 만들었다. 수상 공약에서 시작된 국토대장정 다큐멘터리 '577프로젝트'는 그래서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충무로 러브콜 1순위 배우로 이미 내년도 스케줄이 꽉 차 있는 하정우는 또 다시 자신을 실험대에 올린다. 감독 데뷔에 도전한다. '577 패밀리'들이 뭉쳐 만드는 그의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는 지난 26일 첫 촬영에 들어갔다.
이제 왜 신인 배우들이 너도나도 하정우를 꿈꾸는지 이해하는가?
[하정우.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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