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FA는 보상선수를 남긴다.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에도 세 명의 FA가 이적하면서 그 후폭풍으로 세 명의 선수는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정현욱이 LG로 오면서 이승우는 정든 둥지를 떠나 대구로 향했고, 김주찬과 홍성흔을 각각 KIA와 두산으로 떠나보낸 롯데는 2명의 투수(홍성민, 김승회)를 새식구로 맞았다.
보상선수는 각 팀의 보호선수 20인 외에 가장 좋은 선수가 온다. FA만큼은 아니지만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기에는 좋다. 때로는 FA가 빠져나간 자리 대신 다른 포지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하는 카드로 작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몇몇 선수들은 '보상선수 대박'을 터뜨리며 팀을 떠난 아픔을 되갚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3 시즌이 끝나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FA 정수근의 보상선수 문동환이다. 특이하게도 문동환은 자신을 지명한 두산이 아닌 한화에서 재기의 꽃을 피웠다. 두산은 문동환을 얻자마자 한화의 채상병과 트레이드하며 포수를 보강했다.
2003년을 통째로 날린 문동환은 한화로 옮기고 첫 시즌인 2004년에 부활하지 못했지만, 이듬해 두산이 땅을 치게 만들었다. 2005년에 문동환은 173⅔이닝으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넘겼고, 10승 9패, 평균자책점 3.47로 부활했다.
2006년에는 에이스모드였다. 문동환은 2006년 16승 9패 1세이브, 189이닝에서 평균자책점 3.05로 아마추어 시절 명성에 걸맞는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팬들도 그에게 '문에이스'라는 별명을 아낌없이 붙여줬다.
타자 가운데서는 손지환도 성공적인 보상선수 이적 사례로 꼽힌다. 휘문고 시절 스카우트 파동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뛰어난 유격수였지만, LG에서 유지현이라는 벽에 막혀 좀처럼 풀타임으로 기량을 뽐내지 못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LG가 KIA의 진필중을 FA로 데려오면서 손지환이 반대급부로 KIA에 가게 됐다. 2004년부터 KIA에서 뛰게 된 손지환은 114경기에서 타율 .271, 13홈런 42타점으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안타(82)와 홈런, 타점(42) 모두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다.
손지환은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KIA에서 4년을 활약했고, 4년간 정확히 300안타와 34홈런을 날렸다. 그렇다면 손지환을 KIA로 오게 만든 진필중의 활약상은? 잘 알려진 대로다. LG에게는 참담한 결과만을 남겼다.
비교적 최근으로 넘어오면 이원석이 있다. 이원석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 홍성흔이 부산 갈매기가 되며 두산의 일원이 됐다. 이원석은 롯데에서도 놓치면 안될 꼭 필요한 내야수였지만, 해결사인 홍성흔을 얻기 위해 희생됐다.
이원석은 두산에서의 첫 시즌인 2009년에 공수에서 FA급 활약을 했다.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98로 3할에 육박했고, 전년도에 하나도 없던 홈런을 9개나 때렸다. 112개의 안타로 53타점을 올린 이원석은 김동주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며 훌륭한 역할을 했다.
2010년 이후에도 이원석의 활약은 계속됐다. 지난해에는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며 때로는 중심타선에 배치되기도 했다. 4년간 334안타 33홈런 179타점을 올린 이원석은 역대 보상선수 가운데 가장 쏠쏠했던 타자다.
이원석 이후에는 한동안 보상선수의 대박활약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LG가 3명의 FA(이택근, 송신영, 조인성)를 잃으며 챙긴 3명의 유망주(윤지웅, 나성용, 임정우)는 LG의 미래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 보상 선수로 팀을 옮긴 세 선수도 2013 시즌 새 팀에서 도약을 노린다.
[문동환(위)-손지환-이원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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