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이하(U-19) 챔피언십 이라크와의 결승전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171cm,64kg 작은 체구의 소년이 기막힌 볼 키핑과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에 극적인 동점골을 선사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한국은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 끝에 4-1로 이라크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바로 포항 유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 문창진의 이야기다.
U-19 대표팀의 공격수 문창진은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부터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한국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록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은 모하나드 압둘라힘(이라크)에 내줬지만 결승전 MVP는 문창진의 몫이었다.
이후 문창진이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에서 제법 유명한 이름이 됐다. 이제 갓 프로 무대에 데뷔한 애송이지만 문창진이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활약은 2004년 청소년무대서 화려하게 등장한 박주영(27,셀타비고)을 떠올리게 했다. 공통점도 많다. 문창진은 이번 대회서 선배 박주영처럼 중국을 상대로 멋진 골을 넣었고 골 폭풍을 몰아치며 한국을 우승시켰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샛별, 문창진을 만나봤다.
-포스트 황진성으로 불린다. 부담감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황)진성이형이 해온 것도 있고,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가야 하나하는 생각도 든다."
-황진성은 어떤 선배인가?
"나에겐 선생님이다. 훈련장에서 말을 많이 하시진 않는다. 좀 쑥쓰러움이 많으신 것 같다(웃음) 하지만 선배로서 여러 가지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챙겨주신다."
-포항을 제외하고, 올 시즌 K리그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누구였나?
"FC서울의 하대성 선수다. 팀에서는 황진성 선배를 좋아하지만 다른 팀에선 하대성 선수를 좋아한다. 굉장히 볼을 쉽게 차고 여유가 있다. 중원의 사령관이어서 그런지, 여유가 넘치신다. 그런 면을 배우고 싶다."
-어릴 적 독일 유학을 다녀왔다
"초등학교 3학년때 레버쿠젠에서 6개월, 중학교 1학년땐 브레멘서 1년을 보냈다. 그 곳에서 드리블, 볼키핑 등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경험이 됐다."
-해외축구는 자주 시청하는 편인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자주 본다."
-훗날 유럽에서 뛰고 싶은 생각은 있나?
"생각은 하고 있다. (지)동원이형, (기)성용이형 등을 보면 나도 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 그제 갓 프로에 데뷔한 새내기일 뿐이다. 큰 계획은 없다. U-20 대표팀에서 잘하고 있으면 다른 분들이 좋게 봐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부럽다. 내가 뛰었던 레버쿠젠, 브레멘은 아니지만, 같은 독일에서 (손)흥민이형이 정말 크게 돼서 너무 부럽다. (손)흥민이형은 드리블이 매우 저돌적이다. 또한 돌파력에 슈팅력까지 갖췄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론 부럽다. 나는 스피드가 많이 없기 때문에 치고 달리는 성향이 아니다. 그러나 (손)흥민이형은 빠르고 발재간도 있고, 슈팅력도 있다. 그런 점이 부럽다."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도 관심이 있나?
"물론이다. 만약에 독일로 가게 된다면, 내가 뛰었던 베르더 브레멘으로 가고 싶다. 당시 브레멘 유학 시절엔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클로제, 디에구 등이 뛰고 있었다."
-화제를 바꿔보자. U-19 챔피언십 우승 후 인기를 실감하나?
"길을 지나가다보면 알아봐주시곤 한다. 경기장에선 여중,고생들이 많은 응원해 주신다."
-얼마 전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여자친구를 공개했다고 들었다
"실수를 한 것 같다(웃음) 농담이다. 라디오를 여자친구가 듣고 있어서 말을 해버렸다. 그로인해 여자 팬들이 많이 떠나셨지만, 여자친구는 감동을 받았다."
-내년 6월 터키서 U-20월드컵이 열린다. 목표는 우승인가?
"아시아 챔피언십을 잘 준비해서 우승이란 큰 결과물을 얻었다. 아시아가 아닌 세계무대는 더 레벨이 높고 부딪혀야할 팀도 많다. 하지만 아직 6개월이란 시간이 남았다. 그 기간 동안 모두가 똑같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를 잘하면 세계대회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꼭 한 번 붙어보고 싶은 팀이 있다면?
"잉글랜드와 붙고 싶다. 유명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스날서 뛰고 있는 옥슬레이드-챔벌레인, 잭 윌셔와 붙는 상상을 한다."
-2002년 월드컵서 안정환을 인상적인 선수로 꼽았다. 내년 U-20월드컵서 골을 넣은 뒤 안정환처럼 독특한 세리머니를 할 생각은 없나?
"아직 생각은 안 해봤다. 골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으면 항상 골을 못 넣었다. 그래서 따로 준비를 안했다. 늘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다. 한 번 고민해 보겠다."
-U-20 월드컵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까지 국제대회가 이어진다. 지난 런던올림픽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올림픽은 군 면제라는 큰 타이틀이 있다. 메달을 꼭 따고 싶지만, 솔직히 8강 정도를 목표로 하고 싶다. (8강까지 가면 더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 솔직히 그렇다(웃음) 이번에도 목표가 8강이었는데, 이길수록 욕심이 생겼다. 그런 식으로 올라가고 싶다. 선배들이 메달을 따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세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문창진에게 황진성이란?
"음..부드러운 선배?! 이런 질문은 예상을 못했다(웃음)"
-그렇다면, U-19 대회 우승을 통해 제2의 박주영이라 불린다. 문창진에게 박주영이란?
"나의 롤 모델."
-근데 솔직히 박주영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롤 모델로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언론 쪽에서 그런 비교를 많이 해주시다보니 그런 것 같다. 솔직히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건 사실이다. (박)주형 선배는 연령층 대표를 꾸준히 하고 있다. 선배를 따라가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문창진에게 다비드 실바란?
"나의 우상이다."
[문창진(上)-손흥민(下). 사진 = 안경남knan0422@mydaily.co.kr/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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