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야구는 다시 박찬호를 품을 수 있나.
박찬호는 공주고 시절 연고 구단인 빙그레부터 1차 지명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면 무조건 신인지명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신인지명회의는 8~9월에 열리기 때문에 박찬호는 정상적이라면 무조건 올해 신인드래프트를 기다렸다가 내년부터 한국에서 뛸 수 있었다. 2011년 당시 엄연히 오릭스 소속이었기 때문에 2012 신인드래프트는 참가할 수가 없었다.
KBO는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해 ‘박찬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한화는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포기하지 않은 채 박찬호를 입단시켰다. 야구계는 박찬호가 한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년이 지났다. 박찬호가 1년만에 한화에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어렵사리 맺은 선수로서의 한국야구와의 인연이 1년만에 끝났다.
한국야구는 박찬호가 은퇴 이후에도 야구 관련 일을 해주길 바란다. 부와 명예를 쌓은 그는 사실 야구와 전혀 관계 없는 일을 할 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앞둔 현 시점에선 그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지도자든, 야구 관련 경영자로든, 혹은 제 3의 길이든 남은 여생을 계획하고 준비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박찬호는 지난 11월 미국에서 거취 결정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인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박찬호는 야구인이자 경영자인 피터 오말리와의 대화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돌아왔다. 은퇴 결정을 바로 내리지는 못했지만, 당시 그가 앞으로 무슨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가늠은 했을 것이다.
평소 다 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박찬호다. 미국에서 17년간 생활하면서 인맥을 넓혀놓았고, 집도 마련했다. 미국 야구는 기술뿐 아니라 야구 비즈니스 및 매니지먼트에서도 한국보다 선진화 돼 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한국에 머물러 있기보다 미국에서 지도자든 비즈니스든 야구관련 공부를 하고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
궁금한 건 과연 그가 언제 다시 한국야구의 품으로 돌아오느냐는 것이다. 과거 미국야구의 기술을 한국에 유, 무형의 형태로 전파했던 박찬호가 지도자 혹은 경영자로 돌아올 경우 한국야구계는 또 한 차례 발전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 생활에 대한 의향이 있다면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를 가리지 않고 러브콜이 쇄도할 게 뻔하다. 야구 관련 사업가로 변신하더라도 각종 인프라와 비즈니스 구조가 취약한 한국야구계로선 반가운 일이다.
한국야구가 또 한번 박찬호를 품을 준비가 돼 있을까. 이 질문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뿐 아니라, 박찬호가 앞으로 한국과 미국, 혹은 전 세계 어느 곳을 오가며 한국야구계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 야구계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야구계 스스로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대한 뜻도 내포돼 있다.
박찬호는 은퇴했지만, 한국야구는 미국야구 선구자였던 박찬호와 함께 앞으로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야구는 그가 한국에서 단 한 시즌 선수로 뛰고 은퇴했다고 해서 그와의 인연을 이대로 끝내선 안 된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은퇴한 박찬호를 언제든 다시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은퇴 사실에 매몰되기보다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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