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탐색전은 끝났다. 누가 울고 웃었나.
5년만에 재도입한 여자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제도. WKBL은 올 시즌 3라운드부터 외국인선수들을 전격 출전시켰다. 그 결과 용병들의 희비에 각 구단은 울고 웃었다. 또 용병들의 행보에 따라 순위다툼도 요동치고 있다. 3일 KB-우리은행전으로 3라운드를 마친 뒤엔, 용병 탐색전은 사실상 끝이다.
▲ 최대 수혜자 삼성생명, 함박 웃음
실업 시절과 프로 초창기만 해도 우승을 밥 먹듯 했던 용인 삼성생명.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와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이 원인이다. 올 시즌에도 출발이 좋지 않았다. 1~2라운드서 3승 7패로 5위로 처졌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걱정될 정도였다.
용병 해리스의 영입으로 고민이 없어졌다. 이종애 은퇴 후 포스트가 약했지만, 해리스가 골밑을 장악하면서 경기력이 안정됐다. 이선화, 이유진과의 호흡도 좋다. 해리스는 막대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수비진을 손쉽게 헤집는다. 5경기 평균 22점 11.6리바운드 2.2블록슛을 기록했다. 국내 202cm 최장신 하은주의 슛을 블록한 해리스다. 해리스의 활약 속 3라운드를 4승 1패로 마친 삼성생명은 연패에 빠진 KDB생명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다. 3위 KB와도 0.5경기 차.
▲ 우리은행·신한은행·KB도 무난한 적응 속 윈윈
우리은행 티나 톰슨, 신한은행 캐서린 크라예펠트, KB 리네타 카이저도 무난한 활약 중이다. WKBL 경력자 톰슨은 5경기 평균 17.3점 10.5리바운드로 젊은피들 위주의 우리은행에 안정감을 실었다. 골밑과 외곽 공격이 두루 능통한데, 확실한 해결사가 부족한 우리은행의 약점을 없애줬다. 우리은행은 용병 도입 이후 신한은행에 패배해 연패가 끊겼지만, 선두를 지키고 있다.
KB 리네타 카이저는 용병들 중 가장 어리다. 기복이 있고,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압도적인 파워를 앞세워 무난히 적응 중이다. 4경기 평균 23점 12.8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슈터로 영입한 캐서린 크라예펠트는 초반 신한은행의 조직력에 녹아들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확한 슈팅능력이 돋보인다. 5경기 평균 16.4점 7.8리바운드 3.2어시스트.
▲ 부상 악령 KDB생명, 시너지효과 없는 하나외환 울고 싶어라
하나외환은 WKBL 경력자이자 정통센터 나키아 샌포드를 영입했다. 전력이 약한 팀 사정상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시너지효과가 안 나온다. 샌포드는 5경기 평균 17.4점 11.8리바운드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고 있는데 부상이 있는 김지윤의 전력이탈로 샌포드에게 제대로 볼을 넣어줄 선수가 없어서 샌포드의 위력이 반감되고 있다. 조직력이 뻑뻑하다. 하나외환은 최하위다.
외국인선수 재도입 최대 피해자는 KDB생명이다.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5승 10패로 5위로 추락했다. 최근 4연패 중이다. 용병 비키바흐를 영입했으나 딱 한번 이긴 뒤 연패다. 이경은, 김진영의 부상 이탈에 신정자 의존도가 높아진 건 맞다. 설상가상으로 비키바흐는 3경기서 12점 14.7리바운드를 기록한 뒤 무릎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KDB생명은 대체 용병으로 애슐리 로빈슨을 선택했으나 비자 관계로 최근 국내선수들로 2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연패였다.
▲ 탐색전 끝, 두 번 안 당한다
WKBL은 외국인선수 제도 재도입을 급하게 추진했다. 일괄적으로 시즌 직전 드래프트를 했다. 각 구단이 용병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삼성생명은 정보를 정확하게 입수한 뒤 해리스를 지명해 대박을 쳤다. 순위도 요동쳤다. 5위에 있던 삼성생명은 4위로 뛰어올라 상위권을 압박하고 있고 KDB생명은 5위로 추락했다. 캐서린이 뒤늦게 무서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신한은행도 우리은행의 선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대로 끝이 아니다. 모든 팀이 상대 용병들과 한 차례씩 경기를 치른 상황. 진정한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모 감독은 “삼성생명에 두 번은 안 당한다. 두고 봐라”라고 칼을 갈았다. 서로 장, 단점을 파악했으니 4라운드에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순위 판도는 얼마든지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발견됐다. 일부 감독들이 “3라운드 시작 시점이 팀마다 다른데 그만큼 연습, 적응 시간에 차이가 났다. 충분한 적응 시기를 준 뒤 4라운드 이후에 도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라고 했다. 또 WKBL 규정상 용병들의 교체는 무제한이다. 기량미달, 부상 등의 이유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데, 문제는 전 세계가 리그 중이라 괜찮은 용병을 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또 자꾸 용병을 바꿀 경우 비용상의 문제가 만만치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외국인선수 제도 재도입으로 WKBL이 모처럼 주목을 받고 있다. 볼거리 제공, 흥미 유발에선 합격점이다.
[삼성생명 엠버 해리스(위), 캐서린 크라예펠트(가운데), 부상으로 교체된 비키바흐(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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