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속 서은기(문채원)는 독하다. 날선 독설을 아무런 감정없이 쏟아내고, 남이 상처 받는것은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이제 4살밖에 안된 동생 서은석에게도 냉정하다. 한재희(박시연)에게서 태어난 이복 남매라는 이유로 말이다..
문채원(26)은 사랑스럽다. 작은 얼굴에 예쁘장한 외모. 20대의 중반의 나이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함부터 30대 여배우에게서 풍기는 성숙한 표정까지 담고 있다.
이런 문채원에게 서은기는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에, 격려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것도 사실이다. 문채원은 이런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던 이들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착한남자' 서은기를 통해서.
▲ 서은기의 사랑스러움, 느껴지셨나요?
'착한남자'는 우려가 컸던 드라마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죽일놈의 사랑'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을 집필한 이경희 작가와 '보통의 연애'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진원 PD가 의기투합했지만, 젊은 연기자들이 이들의 대본과 연출을 따라갈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문채원과 송중기의 가슴 절절한 멜로는 시청자들의 메마른 가슴에 내린 단비와도 같았다.
"정말 오래 찍은 느낌이에요. 6개월동안이나 찍었어요. 보통 미니시리즈는 2~3개월이면 끝나는데 이번엔 반년이나 몰입했던 것은 운이 좋았던거죠. 서은기는 정말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고, 그 캐릭터에 많은 호감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밤을 새더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었어요."
독한 서은기와 사랑스러운 문채원이 만났다. 어쩌면 서은기와 문채원의 만남은 운명인지도 모른다. 서은기에게는 독함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사랑스러움을 숨기기 위해 독함을 내 뿜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랄까.
"은기가 기억을 잃고 마루(송중기)를 찾아간 뒤부터는 사랑스러움이 가장 중요했어요. '착한남자'에는 치정이 있고 복수와 배신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멜로 드라마잖아요. 기억을 잃은 것도 중요했지만, 사랑스러움을 빠트릴수 없었죠. 기억을 잃은 뒤(독기가 빠지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야 했어요. 은기는 그 사실을 모를지라도."
은기는 극을 통해 세번의 변화를 겪는다. 독한 은기, 사랑스러운 은기, 또 다시 독해지는 은기. 처음부터 한가지 모습으로만 보였다면 여타의 드라마에 등장한 캐릭터와 다를바 없었겠지만, 이런 변화는 문채원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후반 모습으로만 나와도 밋밋하고, 처음 은기가 끝까지 나와도 힘들었을거에요. 두가지 모습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죠. 후반의 모습이 나옴으로써 캐릭터의 순수함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 '문채원이 해내겠다!' 이런 각오는 없었어요
문채원은 과거 '공주의 남자'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부족한 발성으로 극의 몰입을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이번 '착한남자'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이런 문채원의 연기력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마치 "나의 연기력을 보여주겠어"라고 외치는 듯 처절하게 서은기에게 녹아 있는 문채원이었다.
"연기자는 보여지는 직업이긴 하지만 작품을 선택할 때 많이 신경쓰는 부분은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제 욕구에 충실한 편이에요. 이번 역시 '뭔가를 보여주겠어' '문채원이 해낼거야'라는 다짐은 없었어요. 그냥 하던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선택해서 하는거죠.(웃음) 어려운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은 선택한 뒤 밀려오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이 어려운 서은기라는 캐릭터는 어떤 점으로 문채원을 넘어오게 만들었을까. 이는 서은기 속에 녹아 있는 남성적 캐릭터였다.
"서은기는 배우가 되기 전부터 탐냈던, 남자 주인공들에게 녹아 있는 그런 부분이 많은 캐릭터였어요. 여기에 사랑스러움까지 있잖아요. 어눌함일수도 있지만, 기억을 잃은 모습이 순수해 보였고, 독기 서린 처음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 나온다는 것. 마지막은 순수함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좋았어요."
▲ 차가운 서은기, 실제로도 차갑다고 오해할까봐…
'착한남자' 속 문채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한여자'같았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날선 독설을 날릴때면 무섭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에 문채원은 "실제로 성격도 차갑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초반 은기는 욕도 하고 과격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잖아요. 처음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도 사람들이 날 차갑게 볼까봐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 할때는 감정 잡기도 버겁지만, 컷 사인이 떨아지면 스태프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많이 까불었던것 같아요.(웃음)"
'착한남자'는 기본적으로 멜로 드라마였지만, 달콤한 부분도 많았다. 특히 은기와 마루가 함께 할때면 시청자들은 달콤열매를 먹은 듯 따뜻해졌다. 문채원이 생각하는 가장 달콤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회의 마지막 신이 가장 달콤했어요. 마루와 은기가 통영에서 만나 평범한 연애를 시작하잖아요. 시청자들은 마지막회가 끝나면 끝이지만 연기자들은 그 뒷 이야기를 상상하곤 해요. 하나를 더 꼽으라면 은기와 마루가 일본에서 첫키스를 하는 장면이요."
마지막으로 문채원은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그녀는 "다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문채원.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