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 기억에 남을 르네상스,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한 해
2012년은 1960년대 이후 다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찾아온 시기였다. 90년대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 1998)가 터지면서 한국영화의 부흥기가 찾아오는가 했더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감독 장선우, 2002)의 몰락으로 한국영화의 거품도 꺼져갔다.
그러나 부단한 질적 양적 성장은 있었기에 다시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도 찾아올 수 있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 해에 두 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영화 '도둑들'은 기존 흥행 1위 '괴물'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뒤이어 추석 시장을 공략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 해에 두 편의 천만영화 탄생이라는 새 역사가 탄생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올해 한국영화 누적관객 수가 1억 명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양적인 성장 뿐만 아니다. 2000년대,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2000)과 '신라의 달밤'(감독 김상진, 2001),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 2001) 등의 연이은 성공 당시, 상업 영화들의 기틀은 마련되고 있지만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 한 번 받지 못한 반쪽자리 성공이라고 자조하던 과거가 무색하게 한국영화는 세계에서도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전도연이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 2007)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창동 감독은 다시 영화 '시'(감독 이창동, 2010)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올해는 한국영화계 이단아로 불리던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감독 김기덕, 2012)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한국이 사랑하는 거장들은 나란히 해외진출을 해냈다.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박찬욱 감독은 니콜 키드먼 등 유명 배우들과 '스토커'를,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찍어 모두 2013년 선보이게 된다.
지표로만 본다면 어느 해보다 화려한 한 해였던 것이다.
# 화려함에 감춰진 이면, 영화계도 피할 수 없었던 양극화 문제
그러나 화려한 시대의 드리워진 그림자도 짙었던 한 해였다. 영화판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는 올해 유독 신음소리를 강하게 내뱉었다. 김기덕 감독 역시도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의 피해자가 됐다. 민병훈 감독의 '터치'는 상영 일주일 만에 반 강제적으로 작품을 내렸다.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고착된 한국의 멀티플렉스 극장에는 해당 극장과 이해관계가 있는 배급사가 배급하는 영화들 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관객의 영화 선택권이 보장돼야 다양한 영화가 상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영화인들은 주장하지만,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 속에 지어진 멀티플렉스는 그들이 배급하는 영화들을 서너개관에 배치하고 나머지 관에 다른 영화들을 나누어 상영한다. 마케팅 비용은 커녕 제작비도 간신히 마련한 저예산 영화들은 이른 오전이나 심야시간에 배치돼 사실상 관객의 접근을 막았다.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의 상생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국가적인 견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지만 여전히 나아진 것은 없다.
영화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최저생계비 정도는 보장돼야 하는데, 영화가 이익을 발생시킨 경우에도 그 이익의 상당부분이 소수에게만 독점된다는 것이 영화계의 현실이다. 자성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도 견제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할 문제다.
여기에 르네상스 시기에 새로운 문제점들도 대두되고 있다. 자본의 논리 속에 절대'갑'이 돼버린 대기업 투자배급사가 감독의 권한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올해는 '미스터K'(현 제목, 협상종결자)를 촬영 중이던 이명세 감독이 제작사와 갈등을 빚어 잡음 끝에 중도 하차했다. 영화 '동창생'의 박신우 감독은 끝내 조감독 박홍수 감독에게 메가폰을 내어줬다. 또 '미쓰GO'의 정범식 감독도 박철관 감독으로 교체됐고, '남쪽으로 튀어'의 임순례 감독은 촬영 막바지 현장에서의 갈등으로 촬영을 중단하다 일주일 만에 복귀한 사례도 있었다.
철저히 상업논리로 접근한 배급사와 영화를 온전한 자신의 예술품으로 여기는 감독의 시각차에서 비롯된 문제들도 있고, 현장에서의 갈등 등 다른 이유들도 있다. 어쨌든 이들 모두는 '불균형'에서 비롯된 문제다.
르네상스를 거치고 있는 한국영화계가 이 불균형의 문제를 균형으로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 곧 할리우드도 유럽도 아닌 한국식 영화제작과 유통·배급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영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위)와 영화 '피에타'와 '터치'. 사진 = 쇼박스, CJ 엔터테인먼트, NEW, 민병훈 필름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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