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중간 투수들이 관심을 받지 못한다. 중간 투수들의 가치가 올라가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마무리 투수를 목표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삼성 오승환이 지난 10일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투수 부문 1위에 선정된 뒤 남긴 코멘트다.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프로야구 관련 시상식이 대부분 마무리가 됐다. 불펜 투수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은 오승환의 말처럼, 올 연말 시상식에서도 불펜 투수들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뿐 아니다. 올 시즌 각 팀의 원투펀치 또는 마무리로 활약한 용병 투수들을 위한 잔치도 없었다. 연말 시상식이 불펜 투수들과 외국인 선수에겐 아쉬움으로 남았다.
▲ 메이저리그는 롤레이즈 구원상이 있다
투수 보직은 선발-중간-마무리로 나뉜다. 중간 투수는 다시 승리조와 추격조(패전조)로 나뉜다. 승리조에도 셋업맨과 원포인트 릴리프가 있고 추격조에도 롱릴리프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불펜이 분업화됐고, 2000년대 중반 이후 불펜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야구계는 여전히 불펜 투수들을 위한 축하의 자리는 없다.
불펜 투수. 여전히 환영 받지 못하는 보직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선발과 마무리가 다 가져간다. 불펜 투수들은 힘은 힘대로 들고 주목은 주목대로 받지 못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등판할지 몰라 항상 스파이크 끈을 조여야 한다. 불펜에서 몸을 실컷 풀었는데도 정작 실전 등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등판 자체가 불규칙적이다. 컨디션 조절이 선발, 마무리에 비해 어렵다. 그러다 갑자기 결정적인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실점이라도 하면 팬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메이저리그는 불펜 투수들의 공을 기리기 위해 1976년 롤레이즈 구원상을 제정했다. 메이저리그도 국내 야구와 마찬가지로 투수에 대한 스포트라이트 자체가 적다. 사이영상도 대부분 선발투수의 몫이다. 불펜 투수에게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기꺼이 상을 신설했다. 메이저리그도 여전히 불펜 투수들은 연봉도 선발과 마무리에 비해 적고 언론의 관심에서도 한 발 벗어나 있다.
국내야구에서 홀드가 공식적으로 집계가 된 건 2000년이었다. 90년대엔 불펜 투수들을 위한 기록이 따로 없었다. 홀드왕과 세이브왕에게 상을 주긴 하지만, 각종 연말 시상식에는 여전히 불펜 투수들을 위한 상이 부족하다. 그나마 국내 최고 마무리 삼성 오승환이 조아제약 최고구원투수상, 카스포인트 투수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오승환과 SK 박희수가 MVP-신인왕 시상식 때 세이브왕과 홀드왕 수상을 했다. 불펜 투수들은 연말 시상식에서 양복을 차려입고 소감을 말하는 게 소원이다. 가장 어려운 보직인 그들을 위한 동기부여 장치가 없다.
▲ 시상식에서 철저히 이방인이 된 외국인선수들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야구는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변변한 상은 없다.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나뉜 시상식 자체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들은 연말 시상식에서 논외가 된다. 올 시즌 연말 시상식에선 넥센 브랜든 나이트가 카스포인트 최우수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가 동일한 잣대에서 수상 경쟁을 하다보니 대부분 밀려나는 편이다. 시상식 관계자들도 기왕이면 외국인선수보단 국내 선수에게 마음이 가는 법이다. 실질적으로 각 팀의 마운드를 이끈 축이 용병 투수들이었는데, 국내 선수들에 비해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상도 없는 실정이다.
외국인선수 본인들도 그런 현실을 알고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출국하는 편이다. 국내 야구계는 그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선수들에게 무심했다. 그들이 시상식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해도 일단 그들을 위한 권위 있는 상을 만든다면 일시 방한하는 선수도 있지 않을까.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페이지 한장을 담당한지도 어느덧 15년이나 됐다.
국내 야구에서 한 경기에 최대 50명이 출전할 수 있다. 이들의 공을 모두 비춰줄 수는 없다. 하지만, 불펜투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은 연말에 너무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각 팀들은 새 시즌만 되면 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사기 진작은 거의 없고 대가를 원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둔 브랜든 나이트(위), 홀드왕이 된 박희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