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1980년대가 충무로를 관통했다.
올해는 유독 과거를 꼬집은 영화가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도가니’가 일으킨 열풍을 지난 1월 ‘부러진 화살’이 이어 받았고, ‘부러진 화살’은 전국 342만 관객을 동원하며 진실공방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올해 초를 ‘부러진 화살’이 뜨겁게 달궜다면, 대선을 앞둔 연말 1980년대를 조명한 작품들이 이 열기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1980년대를 이야기하는 ‘남영동1985’, ‘26년’, ‘네모난 원’과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이 그 때 그 시절을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인격이 짓밟혔던 1985년을 아십니까? ‘남영동1985’
‘부러진 화살’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영동1985’는 故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근태 의원을 실제 모델로 한 주인공 김종태(박원상)가 고문을 받는 모습이 영화의 주를 차지하지만 ‘남영동1985’는 고문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남영동1985’는 지난해 고문 후유증 끝에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김근태 의원이 1985년 남영동 대동분실에 끌려가 받은 22일 동안의 고문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고문이 육체를 넘어 정신까지 파괴하며 갈가리 찢어놓는 과정을 고스란히 목도하게 되며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에게는 부채의식을,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미안함을 느끼도록 했다.
여기에 자유를 위해 억압에 맞섰던 사람들, 그 시절 김근태 의원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을 향한 고마움을 일깨우며 1985년 그 시절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관객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한서린 복수극, ‘26년’
‘26년’(감독 조근현)은 지난 2008년부터 제작이 추진됐던 작품이다. 몇 차례 제작이 시도됐지만 매번 무산됐고 결국 관객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제작비를 충당하며 4년이라는 시간 끝에 스크린에 영화를 걸 수 있게 됐다.
강풀의 동명원작을 영화화 한 ‘26년’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인물들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한다는 내용의 팩션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난 광주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 지금도 그 아픔이 계속되고 있으며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며, 이에 영화가 가진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또 ‘그 사람’으로 대변되는 인물이 그들의 상처와는 별개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은 그날의 아픔을 더욱 극대화 시키며 관객들에게 ‘단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1980년대 야만의 시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끔 만들었다.
# 시대적 배경이 던지는 메시지,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과 ‘네모난원’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은 외모도 스펙도 부족한 평균 미만의 중국집 배달원 대오(김인권)가 연애 민주화를 위해 혁명투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려낸 코미디 영화다. 서예린(유다인)에게 한 눈에 반한 대오가 다사다난한 에피소드들을 극복하며 사랑을 쟁취하려 애쓰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기 위해 1985년 대학생들이 미국 문화원을 점거한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마음 놓고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이 영화의 특이점이기도 하다.
‘네모난원’ 역시 1980년대의 대학가를 그려낸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1983년, 모범생 경민(김정학)이 한 눈에 반한 수정(안미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운동권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애끓는 열정을 드러냈다.
[사진 = 영화 '남영동1985' '26년' '네모난원'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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