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주연보다 더 바쁜 조연배우. 바로 장광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영화 ‘도가니’로 주목받기 시작한 장광은 올해만 5편의 영화로 팬들과 만났다. 출연작들도 굵직굵직하다. 역대 한국영화 TOP3에 등극한 ‘광해, 왕이 된 남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한달 넘게 롱런 중인 ‘내가 살인범이다’,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인기몰이 중인 ‘26년’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하고 있다.
배우보다 성우로 더 잘 알려졌던 장광을 배우로서 주목하게 만든 작품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가니’다. 인화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 1인 2역을 사실적이면서도 소름끼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장광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필모그래피를 새로 썼다. 동물 웜벳부터 내관, 방송국 국장, 전 전두환 대통령, 음치까지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독보적 입지를 구축해 나갔다.
올해 첫 포문을 연 작품은 애니메이션 ‘코알라 키드:영웅의 탄생’이다. 성우의 장점을 십분 살려 호주 대자연의 터줏대감 웜벳 퀸트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빠짐없이 등장했던 35년 경력의 성우 장광인 만큼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면을 십분 살려 퀸트와 혼연일체 됐다. 경지에 오른 자신만의 분야에서 능력을 십분 발휘한 것.
이후 천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도가니’ 속 짐승 같은 교장, ‘코알라 키드:영웅의 탄생’ 속 조언자 퀸트와 180도 다른 조내관이 돼 나타났다. 진정한 왕이 돼가는 천민 하선(이병헌)을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아버지처럼 감싸 안으며 외유내강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이 작품으로 악역이미지 탈피는 물론 천만배우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도가니’로 충무로에 데뷔했으니, 남들은 평생해도 달기 힘들다는 천만배우 타이틀을 고작 두 번째 영화로 획득했다.
장광은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악역 이미지를 벗으며 천만배우 명칭까지 얻었지만 다시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얄미운 캐릭터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형사 최형구(정재영)와 연쇄살인범 이두석의 대담을 이용해 특종을 잡으려는 방송국 국장으로 출연, PD와 작가에게 어떻게든 두 사람을 섭외하라며 닦달하는 등 시청률만 중시하는 속물적 모습을 가감 없이 선보인다.
그래도 특종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국장이 나았다. 영화 ‘26년’에서는 지난 1998년 방송됐던 SBS드라마 ‘삼김시대’에 이어 다시 한 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26년’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fiction)으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을 그려냈다. 장광은 복수의 대상인 ‘그 사람’을 맡아 ‘도가니’에 맞먹는 악역을 실감나게 소화해 냈고, 다시 원성의 대상이 됐다.
반면 ‘26년’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음치클리닉’에서는 목소리만 파바로티인 음치 공사장으로 분해 천연덕스럽게 음치 연기를 소화해 내며 전혀 상반된 매력을 안겼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 선택이다.
이처럼 극과 극의 캐릭터 선택은 물론 논란과 흥행성까지 거머쥐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장광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운과 시기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라 여긴다.
장광은 12일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선택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내가 아직 그런 위치도 아니다. 그렇게 했을 때 많은 주목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겸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장광은 내년 1월 개봉하는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영화 ‘신세계’에서 조직의 중간보스로 분해 강한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내년 상반기 개봉하는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가 꽃미남 간첩 3인방으로 출연하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훈훈한 월세방 주인으로 분해 또 한 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영화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사진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 '26년' 스틸컷]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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